유럽의 흑사병을 넘은 소멸 위기

2024-07-02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끌고 있는 K-POP도 과거부터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그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주제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만국의 공통적 삶의 주제인 ‘사랑’마저도 통하지 않는 나라 바로 한국이다.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수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고 사랑을 넘어 결혼까지 포기하면서 한국이 소멸 위기에 몰려 있다.

1960년과 1970년대 기근에 시달리던 한국에서는 작은 국토에서 급격한 인구 증가를 염려해 인구정책을 펼쳤고 이런 정책은 1990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의 구호까지 외치며 정부는 강력한 산아제한을 장려했었다.

그런데 불과 40년 전까지 인구 증가를 걱정하던 한국 사회가 이제는 OECD 가입국 중 출산율이 최하위를 기록하며 정부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출산장려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은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매년 감소하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급기야 2024년 0.68명까지 감소했고 이는 임신할 수 있는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가 0.68명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한국의 소멸 위기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수치이다.

이런 수치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보다도 낮은 것으로 아시아 꼴찌를 넘어 전 세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어 시급한 현 사회의 문제이자 미래 한국 경제 및 사회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경제인연합회는 저출산·고령화가 미래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 영향으로 45.8%가 인력 수급의 우려를 꼽았고 시장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19.2%)과 인력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17.5%), 인구구조 급변 및 시장변화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의 어려움(15.0%)이 뒤를 이었다.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 중인 출산율로 최고의 대학 입시 전략은 ‘재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고 국내 한 기업은 출산 장려를 위해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에서 아이 1명당 1억원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하며 현재까지 70억원을 지급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에서 마저 한국의 출산율을 주목하고 있는데 뉴욕타임즈는 한국을 언급하며 ‘14세기 유럽을 덮친 흑사병이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결과’라고 평가했고 일본의 한 경제지에서는 ‘한국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 속에서 지난 15년 동안 정부는 300조가 넘는 예산을 투입했고 유럽의 성공적인 제도를 도입했으며 휴직 제도와 보육 및 양육을 위한 현금성 지원도 향상됐지만 출산율은 하락을 넘어 추락으로 이어졌다.

일찍이 1910년대에 유럽에서 저출산이 큰 사회 문제였던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삶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시대의 저출산도 이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안정된 직장을 잡기 위해 필자의 세대보다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도 쉽지 않은 데다 월급은 10년 전보다 10% 정도 상승한데 반해 집값은 10배 폭등한 이 사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후세대에 전수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출산율 상승을 위해 그동안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해왔던 출산지원책의 패러다임을 출산 의사가 있으나 난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상 지원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더불어 산업유치에 힘을 쏟고 안정된 일자리 창출과 물가안정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나의 고향 전북도 청년 유출이 심각한 소멸 우려 지역이 아닌 1960년대 250만명에 이르렀던 그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영광을 다시 찾는 날이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최형열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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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열 #의정단상 #흑사병 #인구소멸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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