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동물 가운데 4분의 3을 차지하는 것이 곤충이다. 이들이 지구상에 처음 출연한 4억 년 전 고생대부터 지금까지 이토록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하는 이들의 생존 전략 때문이다. 다른 종과의 과도한 먹이 경쟁은 피하면서 종족을 가장 많이 남길 수 있는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한 덕에 이들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겨울이 되면 곤충의 생존 전략이 잘 드러난다. 이들은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사마귀처럼 보온덮개를 씌운 알집을 만들어서 알을 보호하기도 하고, 유충이나 성충으로 동면할 때 몸속을 완전히 탈수시켜 얼지 않게 하거나, 부동액 성분을 증가시켜 체액이 얼어붙지 않게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일부 종들은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생애주기를 바꾸는 전략을 사용한다. 봄에 알에서 깨어나 유충-번데기-성충으로 자라는 것이 기본 주기지만, 왕오색나비처럼 나이 든 유충으로 한 해를 시작해서 성충이 되는 시기를 앞당기기도 하고, 매미나방처럼 번데기에서 바로 성충이 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거미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파리목 곤충인 눈각다귀는 천적이 가장 적은 겨울을 공략해 성충으로 활동하며 짝을 찾는다.
곤충 중에서도 나비는 보통 겨울을 번데기 상태로 보내는데, 그렇지 않은 종도 있다. 각시멧노랑나비(사진)는 여름에는 연노란색 날개로 활동하지만 가을에 성충으로 동면하기 위해 날개에 검은색 점무늬를 만들어 천적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붉은모시나비는 아직 추운 이른 봄에 알에서 깨어나 기린초의 싹을 먹으며 천천히 성장해 초여름에 성충이 된다.
늦가을 여기저기 갑자기 분주한 곤충들의 움직임은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몸부림이며, 이른 봄의 따뜻해진 날씨에 찢어진 날개로 움직이는 나비의 몸짓은 한겨울 풍파를 버텨낸 가냘픈 기지개이다. 곤충의 겨울나기를 보며 아무리 작은 생물이라도 거저 살아가는 생명이 없다는 자연의 진리를 배워갔으면 한다.
변혜우 생물다양성총괄과 환경연구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