草上之風 必偃(초상지풍 필언)

2025-01-01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는 예로부터 ‘바람’의 의미를 매우 중시했다. 백성들 사이에서 발생하여 바람처럼 유행하는 노래를 통해 민심을 살피려 했고, 지도자는 바람처럼 퍼지는 ‘군자의 덕풍’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사랑도 바람처럼 다가와 나를 감싸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에 공자는 “바람이 불면 풀은 눕기 마련이다”는 멋진 말로 군자와 소인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덕을 품은 군자의 위풍당당한 바람은 여린 풀과 같은 소인배들을 감화시켜 군자의 덕 앞에 스스로 굴복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공자는 없는 듯이 존재하는 군자의 덕풍이 인도하는 사회를 가장 이상적인 사회로 보았다.

우리 사회에도 ‘바람’이 많았다. 그러나 ‘군자의 덕풍’ 얘기는 거의 못 들어본 것 같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역풍’을 맞을까 봐 잔머리를 굴리고, 독재정권은 ‘북풍’을 조작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총풍’을 유도하여 국민을 협박하는 등 좋지 못한 바람에 대한 기억만 있는 것 같다. 최근 불어 닥친 내란의 ‘광풍’은 외국에서 일고 있는 K문화 ‘돌풍’과 한국인에 대한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

2025년 새해에는 소인배들이 조작하는 모든 삿된 바람이 사라지고 군자의 덕풍과 함께 국운이 상승하는 순풍이 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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