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합병, 승자의 저주? 조원태에겐 ‘믿는 구석’ 있다

2024-10-14

“우린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은) 성사시킬 것이다.” 지난 6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역사가 짧은 국내 항공산업에서 항공사 간 합병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합병을 추진한 조원태 회장으로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한다. 특히 2020년 경영권 분쟁 당시 산업은행을 우호 지분(10.58%)으로 확보한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넘어서려면 합병 자체보다도 그 이후가 중요하다.

조양호 선대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이번 인수합병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생전 조 선대회장은 후계자인 아들의 경영적 판단에 대해 언젠가부터 직접적인 코치를 삼갔다고 한다. 지난 4월 출판된 조양호 선대회장 평전엔 이런 구절이 있다. 조양호 선대회장이 2019년 병상에 있을 때 조원태 회장이 어느 때처럼 결재를 받으러 아버지에게 e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짧은 답장이 돌아왔다. “더 이상 내게 보내지 말고 네가 잘 판단해서 결정하거라.”

조 선대회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한 신무철 전 대한항공 홍보실장은 “조 선대회장 역시 경영 일선에 있을 때 세계적인 항공사로 거듭나려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아마 선대회장도 합병에 찬성하시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목차

1. 아시아나항공 합병, 9부 능선 넘었나

2. ‘쎈 놈’만 살아남는 항공시장

3. 규모의 경제로 ‘승자의 저주’ 극복할까

4. 재무 부담, 마일리지 통합…숙제도 산더미

5. 독과점 항공사의 탄생⋯항공권값 오를까

1. 아시아나항공 합병, 9부 능선 넘었나

지난 3일 인천공항에서 티웨이항공의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정기 노선 취항 행사가 열렸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결정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유럽경쟁당국(EC)이 양사 합병의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본부 매각과 유럽 4개 노선(바르셀로나, 로마, 파리, 프랑크푸르트) 이관이 모두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약 한 달간 안정적으로 운항하면 EC는 늦어도 11월 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미국 법무부(DOJ)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독과점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2020년 11월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후 약 4년 만에 합병이 완료된다.

대한항공은 경쟁 당국의 심사가 모두 끝난 뒤 늦어도 12월 중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향후 2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자회사로 운영된다.

2. ‘쎈 놈’만 살아남는 항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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