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억류 인질들, 15개월 만에 가족 품으로···기쁨·불안 교차한 가족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 467일째인 15일(현지시간) 마침내 휴전에 합의하면서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던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이들을 애타게 기다려온 인질 가족들은 15개월 만에 가족과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과 안도, 기쁨과 불안이 뒤섞인 눈물을 터뜨렸다.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은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을 내고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재회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이 합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싸우려는 가족들의 끈기 있는 결의와 대중의 확고한 지지,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비판적 지지의 결과”라고 반겼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주간 많은 감정의 파도가 밀려 오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지막 인질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남은 가족들과 함께한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가족들 곁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모든 인질의 석방이 보장되지는 않은 상황에서 일부 인질 가족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휴전 합의안에 따르면 42일간의 휴전 1단계에서 미성년자·여성·50세 이상 남성·환자 등 33명이 우선 석방된다. 나머지 남성 인질들은 휴전 2단계 때 석방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논의는 휴전 돌입 16일째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휴전 2단계 전환을 위한 협상이 어그러진다면 다시 전쟁이 재개되고 50세 미만 남성 인질들은 그대로 가자지구에 남게 될 수 있다. 한 인질 가족은 “누구도 남겨둬선 안 된다. 정부는 그들 모두를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질 가족은 “내 가족이 명단에 있는지, 1단계에서 돌아오는지, 살아 있기는 한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질 가족들은 전쟁 발발 후 지난 15개월간 전 세계에 인질 문제를 알리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휴전 촉구 시위를 이어가며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2023년 11월 말 성사됐던 7일간의 짧은 휴전을 끝으로 지난해 내내 휴전 협상이 연이어 무산됐고, 가자지구에선 사망한 인질들의 시신이 속속 발견되며 가족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휴전에 청신호가 켜질 때마다 네타냐후 정부가 새 요구 조건을 내걸며 협상을 번번이 무산시키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인질들을 이용하고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셌다.

인질 가족은 가자지구 고강도 폭격 등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한 군사 행동이 아니라, 협상만이 인질들을 안전하게 데려오는 길이라고 거듭 정부를 향해 호소해 왔다. 최근 협상이 급물살을 타자 일부 가족들은 성명을 내고 “인질들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거나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공습을 가했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에게 살해됐다”고 정부를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15개월 넘게 끌어온 이번 전쟁의 목표로 ‘인질 구출’과 ‘하마스 궤멸’을 내걸어 왔지만, 인질 구출 작전의 성과는 미미했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251명 가운데 대다수는 이스라엘의 구출 작전이 아닌 협상을 통해 석방됐다. 전쟁 이후 생존 귀환한 인질 117명 가운데 하마스가 석방한 인질은 109명이며, 이 중 105명은 2023년 말 첫 휴전 당시 인질·수감자 교환 협상을 통해 풀려났다.

이스라엘군이 군사 작전을 통해 구출한 인질은 8명에 불과하다. 특히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6월 가자지구 중부에서 자국 인질 4명을 구출하는 작전을 벌이던 중 피란민이 밀집한 난민촌에 대규모 폭격을 퍼부어 피란민 274명이 죽고 700명 이상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는 이번 전쟁 기간 전체를 통틀어 이스라엘군의 최대 구출 성과였으나,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 무리한 작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앞서 2023년 12월에는 이스라엘군이 작전 도중 백기를 들고 다가온 자국민 인질 3명을 적군으로 오인해 사살하는 일이 벌어져 큰 파장이 일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94명의 인질이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60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 기간 인질 40명이 숨진 채 이스라엘로 돌아왔으며, 현재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34명의 시신 역시 휴전 마지막 3단계에서 이스라엘에 반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