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징크스? ‘2번째 무기’ 장착한 김택연

2025-02-10

이승엽 두산 감독이 가장 신경 쓰는 선수는 김택연(20·사진)이다. 지난 시즌 김택연은 65이닝을 던졌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선수란 걸 감안하면 적은 이닝이 아니다. 거기에 대표팀 최연소로 차출돼 프리미어12에서도 공을 던졌다. 많이 던진 여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년 차 징크스’도 신경이 쓰인다. 이 감독은 “작년은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공만 던졌다. 그런데 이제는 타자들 이름도 좀 보일 것이고, 타자 이름이 보이면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좀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감독이 가장 믿는 선수 또한 김택연이다. 호주 시드니에서 새 시즌 전력을 구상하면서, 이 감독은 가장 먼저 ‘마무리 김택연’부터 확정했다. 그 외 다른 투수들의 불펜 보직은 아직 고민 중이다. 그만큼 김택연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지난 시즌 두산은 선발진 줄부상으로 고생했지만, 반대급부로 가장 젊고 강력한 불펜을 얻었다. 불펜 부담이 커지면서, 본의 아니게 강하게 성장한 영건들이 팀 전력의 중추로 성장했다. 김택연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소득이다. 프로 첫해부터 마무리를 꿰찼고, 만장일치 가까운 득표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올해도 두산 불펜의 핵심은 김택연이다. 김택연이 혹시라도 흔들린다면 전력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

김택연은 시드니에서 차분하게 2년 차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일은 특히 의미 있던 날이다. 김택연은 “몸 상태를 올리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는데 오늘을 기점으로 확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날 전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택연은 “외전근이 좀 약해져서 내전으로 힘을 쓸 때 좀 타이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표팀 갈 때부터 그걸 느꼈다”면서 “좀 풀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근육을 많이 풀었는데, 오히려 힘이 떨어지고 내 생각과 반대로 가더라. 어디 하나가 약해졌을 때 그 하나로 밸런스가 많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새로 얻었다”고 말했다.

마음 한편에 남았던 찜찜함을 털어냈고, 다른 부분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이날까지 4차례 불펜 피칭을 했다. 최고 구속은 143㎞까지 나왔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와 비슷한 수치다. 김택연은 “오늘 확 올라와서, 코치님들도 이제 뭔가 시즌 때 모습 같다고 하시더라. 다음 피칭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족할 것 없는 시즌을 치렀지만, 김택연은 그 속에서 보완할 점을 찾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다른 방식으로도 이겨낼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비시즌 기간부터 ‘제3구종’ 스플리터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아직은 낙차에 기복이 있지만, 워낙 포심 구위가 좋아서 스플리터 성능을 조금만 올려도 효과가 크다. 말하자면, 스플리터 구위를 C급 정도만 만들어도 B급의 효과를 낼 수 있고, B급까지 끌어올린다면 A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플리터가 원하는 수준까지 오른다면 주 무기 포심 위력도 극대화된다. 김택연은 “나는 결국 직구가 강점인 투수”라며 “직구가 맞아 나가고, 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까지는 직구 위주 피칭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작년처럼 (직구 구사율) 75%까지는 못 던질 것 같다. 다른 구종 완성도를 높여서, 직구 비중은 줄이려고 한다. 비중은 줄이더라도 그만큼 위력은 더 강하다고 타자들이 느끼도록 하는 게 한 해, 한 해의 목표”라고 했다.

2024시즌 KBO에서 직구하면 김택연이었고, 김택연하면 직구였다. 주 무기 포심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하다. 그 위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시드니에서 땀을 쏟는 중이다. 처음부터 마무리로 시작하는 2년 차 시즌, 김택연의 마음가짐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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