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때문에 난생 처음 원형 탈모까지” 아픔 딛고 돌아오는 ‘언성 히어로’··· 두산 불펜이 더 강해진다

2025-02-10

두산 김명신(32)은 2022년 79.2이닝을 던졌다. 2023년에는 79이닝을 던졌다. 2년 연속 팀 내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기존 투수들이 부상으로 대거 이탈한 동안 김명신은 홍건희 등과 함께 두산 불펜을 떠받친 ‘언성 히어로(숨은 영웅)’이었다.

불펜 투수는 계속해서 잘하기가 가장 어려운 보직이다. 던지면 던질수록 피로가 쌓이고,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 김명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2년 동안 160이닝 가까이 던진 여파가 없지 않았다. 시즌 첫 등판부터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홈런 포함 2안타를 맞았다. 구위가 떨어지고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출장 기회도 줄어들었다. 8월29일 등판을 마지막으로 1군에 돌아오지 못했다. 32.2이닝 34실점, 평균자책점 9.37로 시즌을 마쳤다.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김명신은 정신력이 단단한 투수다. 신인 시절인 2017년 타구에 얼굴을 직격당해 안면골절이라는 초대형 사고를 겪었지만, 석 달 만에 돌아와 꿋꿋하게 공을 던졌다. 그때도 지난 시즌만큼 힘들지 않았다. 김명신은 “솔직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중에는 원형탈모까지 오더라. 그런 건 또 처음이었다”고 했다.

어쩌면 야속한 일이다. 한때는 짊어진 짐을 나눠들 투수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김명신이 커리어로우를 기록한 바로 지난 시즌 불펜에서 새 얼굴들이 동시다발로 터졌다. 마무리 김택연부터 이병헌, 최지강까지 두산 불펜은 KBO 리그에서 가장 젊고 구위 좋은 영건들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지난해 내내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던 김명신으로서는 돌아갈 자리를 걱정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김명신은 “그냥 다시 경쟁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전에 하던 걸 다 까먹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 선배들에게 들었던 말도 새삼 떠올렸다. 김명신은 “중간 투수를 오래 하다 보니 선배들한테 들은 이야기가 많다. 특히 (윤)명준이 형이 ‘중간 투수는 그때그때 좋은 사람이 나가서 던지는 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더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것도 당연한 일이고, 올해 다시 회복해서 잘 던지면 된다는 이야기다.

바로 얼마 전 첫 딸 윤슬이도 태어났다. 호주 시드니 캠프로 넘어오기 2주 전이다. 마음가짐이 새롭고 책임감이 더 커졌다. 새 시즌을 준비하며 김명신은 지금까지 주로 던졌던 직구와 스플리터 외에 커터와 투심 같은 공을 추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좌우 코너를 훨씬 더 폭넓게 활용하면서 투구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가려는 의도다. 김명신은 “지금까지는 어떤 코스에 어떤 공이 들어가는지가 너무 확실했는데 좀 변화를 줘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우타자 기준 바깥쪽에 원래 던지던 직구 외에 커터를 조합하고, 몸쪽에는 스플리터에다 커터를 섞어 던진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2군에 머무는 동안부터 김명신은 여러 시도를 해왔다.

몸 상태는 좋다. 첫 라이브 피칭 때 박정배 투수코치는 “오늘 던진 투수 중 명신이가 가장 좋아 보인다”고 칭찬했다. 선수 본인도 당연히 차이를 느낀다. 김명신은 “작년 이맘때는 사실 피칭도 못 들어갔다. 많이 던진 여파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올해도 두산 불펜은 리그 최강 수준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급성장한 영건들이 올 시즌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두산의 ‘언성 히어로’가 돌아온다. 김명신이 한결 가벼워진 몸과 새로운 기분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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