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귀환"… 신약 후보물질 기술반환 줄이려면

2025-03-23

연초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기술이전 물질의 유효성이 문제인 경우도 있고, 단순히 해외 파트너사의 개발 전략이 바뀐 경우도 있다. 투자 시장에서 반환된 기술은 악재로 통하지만 오히려 기업이 자체 개발해 성과를 내기도 한다. 다만 기술이 반환되면 기업 가치는 물론 물질 자체의 신뢰성도 크게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시장성을 분석해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기술이전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티움바이오(321550)는 최근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로부터 호흡기 치료제 후보물질 ‘NCE401’의 기술반환을 통보받았다. 회사 측은 “파트너사가 새로운 유도체 물질을 발굴하고자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해 권리를 반환했다”며 “이미 수령한 계약금 150만 달러에 대한 반환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000100)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및 관련 간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BI 3006337(YH25724)’의 개발 중단을 통보받았다고 이달 초 공시했다. 한올바이오파마(009420)는 2017년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와 맺었던 ‘바토클리맙(HL161)’ 기술수출 계약해지를 위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 절차를 개시했다고 이달 18일 밝혔다. 중화권 내 바토클리맙에 대한 독점적 개발 권리를 이전받은 하버바이오메드가 개발을 지연시켜 계약상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회사 측 판단이다.

통상 글로벌 빅파마들은 개발 과정 추이를 보고 기술 반환 여부를 판단한다. 유한양행 기술 반환의 경우 베링거인겔하임이 또 다른 MASH 신약 후보물질인 ‘서보두타이드’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는 임상 데이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앞으로 유입될 수익보다 비용이 크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계약을 해지한다”며 “자금 여력이 떨어지는 국내 바이오텍들은 개발 초기부터 기술수출을 추진하기 때문에 불확실성도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술수출 건수가 늘어날수록 기술 반환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한 임원은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임상 1상 성공률은 10%, 2상 성공률은 40%에 불과한데 임상 실패율과 기술 반환 확률은 거의 같다”며 “2020년 전후로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에 반환 사례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술이 반환됐다고 해서 신약 개발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자체 개발로 방향을 바꿔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실제 한미약품(128940)은 2015년 얀센에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로 이전했다가 2019년 반환받았다. 회사 측은 이 물질을 MASH 치료제로 자체 개발해 다음해 미국 머크(MSD)와 1조 2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잠재적 독성 가능성을 이유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을 반환한 뒤 자체 실험으로 의혹을 해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임상 2상에 들어갔다. 다음달 발표되는 2상 톱라인(주요 지표)에 따라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기술 반환에 따르는 주가와 신뢰 하락을 막으려면 반환 가능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이전 가능성을 높이면서 반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물질의 시장성을 파악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 전문가들과 적극 소통하라고 조언한다. 미국 내 바이오 벤처캐피탈(VC) 관계자 역시 “신약 후보물질을 사갈 곳이 있는지 알고 개발하는 것과 모르고 개발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제약사들이 어떤 물질을 원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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