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SK온? 이쯤 되면 우유부단 [기자수첩]

2025-03-25

글로벌 시장, 각형·원통형 수요 급증

SK온, 여전히 파우치 제품군 중심

폼팩터 변경 안갯속... 입장 모호

각형 등 부품, 소재 샘플 요청만 1년째

비슷한 상황 LG엔솔 행보와 대조

과제는 명확... 이석희 대표의 결단 기대

"SK온이 최근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부품 샘플을 요청해 보내줬다는 업체가 한둘이 아닙니다. 1년째 비슷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터리 폼팩터(파우치형·각형·원통형)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배터리 부품·소재 분야 국내 한 중소기업 대표는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더 이어지면, 배터리 시장에서 SK온의 설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근거가 아예 없지는 않다. SK온 주력 제품군은 파우치형이다. 문제는 그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줄고 있다는 것. 파우치형은 각형과 원통형에 비해 생산성이 낮고 물리적 충격에 취약해 화재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에서 리튬인산철(LFP) 계열로 전환하는 데도 파우치형이 가장 불리하다.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파우치형에서 각형과 원통형으로 폼팩터 변경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폼팩터에 대한 글로벌 흐름을 보면 완성차 기업들은 각형,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차 스타트업은 원통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SK온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각형이든, 원통형이든 관련 기술은 이미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SK온 관계자는 "그동안 어떤 폼팩터든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갖추는 데 전력을 다해왔다"며 "현재는 고객사들과 협상을 진행하는 등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SK온 상황을 감안하면, 속도는 더디지만 신중하게 시장을 바라보는 지금의 스탠스가 합리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였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에 비춰보면 SK온의 행보는 신중하다기보다 우유부단함에 더 가깝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SK온처럼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던 LG엔솔은 지난해 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각형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본지 취재 결과, 각형 배터리 생산을 위한 부품, 소재 협력사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발 더 나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받는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제품을 테슬라에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과제는 명확하다. 이제는 확실한 성과를 보여줄 때다. 삼성SDI, LG엔솔에 더해 중국업체까지 폼팩터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다. 폼팩터 전략에 관한 방향성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입지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실무자의 결정이 아닌 이석희 SK온 대표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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