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까지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약 28조 원)를 투자한다. 이는 자동차 생산 능력 확대, 철강 공급망 강화, 미래 모빌리티 및 에너지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자동차 생산 능력을 현재 100만 대에서 120만 대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현재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늘리고, 앨라배마 및 조지아 공장의 설비를 개선해 현지 생산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자동차 부문에는 총 86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철강·부품·물류 부문에는 61억 달러가 투자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해 저탄소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의 현지 조달도 추진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목표로 한다.
미래 모빌리티 및 에너지 부문에는 63억 달러가 투입된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인공지능(AI) 관련 미국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전기차 충전소 확충 및 원자력·재생에너지 분야에도 투자를 진행한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협력해 미시건주에서 소형 원자로(SMR) 건설을 추진하며, 현대엔지니어링은 텍사스주에서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확대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면서도 전기차 및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외 투자 확대가 국내 자동차 및 부품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늘리면서 국내 공장의 생산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공급망과 연관 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국내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3천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연구개발(R&D), 경상투자, 전략투자에 각각 11조 5천억 원, 12조 원, 8천억 원을 배정했다. EV(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을 비롯해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및 미국 대규모 투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백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