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약속한 계절근로자 전담기구 설치 계획이 2년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도입 인력은 해마다 늘면서 소관 기관인 지방자치단체가 업무 과중과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선 지자체에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계절근로자(C-4, E-8)는 우리나라 지자체가 직접 해외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도입하는 인력으로,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8개월까지 국내에 머문다.
현행법상 계절근로자 업무는 지자체가 맡는다. 현지에서 인력을 선발해 국내에 도입하고 이들을 농가에 배치한 후 관리·지원하는 모든 과정이 지자체 소관이다. 법무부는 지역별 할당량을 배정하고 외국인의 자격 조건을 검증해 비자를 발급하는 역할만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재량에 따라 계절근로 도입 업무를 지원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인력과 정보 등 역량이 부족한 농촌 지자체는 민간 브로커(중개인)에게 기대는 실정이다. 문제는 브로커가 임금을 가로채거나 계절근로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다. 농가 피해가 커지자 법무부는 2022년 9월 전담기구를 설치해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 차원의 기구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가 계획하는 전담기구는 정부 차원의 신규 기관이 아니라 기존에 계절근로자를 관리하는 공공 또는 민간 기관을 전담기구로 지정하는 구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담기구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중”이라면서 “별도의 기구·기관을 새로 설립하는 것은 아니고 현재 가동되고 있는 기관을 지정하는 형태로서, 분산된 행정업무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절근로는 지자체의 고유 업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규정에 따라 지자체에 계절근로를 위한 재정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법무부 구상대로라면 계절근로 전담기구가 생기더라도 지자체 부담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현장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북 진안군의 경우 계절근로자를 농가에 안정적으로 공급·관리하고자 2022년 조례를 제정하고 행정·통역 담당자로 구성된 ‘농촌일손지원센터’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필리핀 3개 지자체와 MOU를 맺고 2022∼2024년 494명을 유치했고, 지금까지 외국인 근로자의 이탈률은 2% 이하로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계절근로자 배정·지원 등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농가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센터는 설치 2년 만에 재정난을 맞아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
진안군 관계자는 “계절근로자가 절실한 지역은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이라, 해당 지자체의 부족한 재정으로 계절근로자를 직접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정부 차원의 전담기구가 요원하다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