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열여덟번째 지속가능발전목표

2025-05-15

2015년 9월 25일, 제 70차 유엔 총회에서 193개국의 만장일치로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가 채택되었다. 우리의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이 포문을 담은 의제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세계가 함께 달성해야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말하고 있다.

빈곤, 건강, 교육, 성평등, 물, 에너지, 기후 등 이 17개 목표들은 전 인류의 과제를 망라한다. 어쩌면 전 세계의 합의로 이러한 진보적인 약속을 만들 수 있을까 싶다.

대학에서 국제개발협력분야를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 목표의 시작을 처음 마주하였다. 교과서에서 바라본 이 목표는 종류가 너무 많았다. 중간고사를 대비하기 위해 암기하기 바빴던 기억이 난다. 국제분야로 진출하고자 마음먹었던 그 당시에는 진리처럼 보였다. 내가 지향하는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었고, 나의 신념이 되어갔다.

그렇게 이 분야에 몸을 담아오며, 고민이 생겼다.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이 될까? 사실 대답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반성도 들었다. 국제사회의 약속이라는 점, 따뜻한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만 머물렀던 건 아닐까? 시민들에게 이 목표를 알리면서, 단순 지식적 전달에 그쳤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했던 내 삶을 돌아보았다.

전주에서 한때, 청년들과 휠체어 경사로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을 준비중이었다. 휠체어 관련 워크숍인만큼, 당연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을 서둘러 모집했다. 그렇게 모집하고 점검하면서,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는 사회구조적 불평등 사업을 진행하면서, 성평등을 놓치고 있었다. 휠체어 이용자를 모두 남성분들만 모집을 한 것이다. 부랴부랴 모집을 다시 시작했고, 그 가치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17개 분야에 맞는 17개의 기관, 시민들을 모집하여 더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었다.

17개 목표로 재미있게 지역에서 활동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청년기획자들이 모여 ‘17인17색’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17개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그들의 생각과 가치를 책으로 묶었다. 지속가능발전의 가치를 아는 환경단체는 행사를 진행할 때, 이동약자를 배려하기도 하며, 장애인단체는 환경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속가능발전목표는 부족한 나를 채워주고,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만,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진리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다. 이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주어진 이 약속을 활용하면 그만이다. 17개의 약속에 우리를 가두지 말자. 각자 18번 목표를 마음속에 담아두는 건 어떨까? ‘우리 엄마의 행복’, ‘행복한 고양이의 삶’ 뭐든 좋다. 행복을 위한 가치인 만큼, 행복하게 상상하며 함께하자.

지속가능발전, 환경운동의 시초가 된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1962)’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이제는 고전서가 된 침묵의 봄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와 우리의 관계,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지속가능하게 회복할 필요가 있다. 침묵의 봄이 아닌, 나무와 숲과 강과 어린아이와 우리 모두가 따뜻하고 시끌벅적한 봄을 느끼는 것이 지속가능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장금이가 음식에서 홍시맛이 나서 홍시가 들어있다고 말한 것처럼, 지속가능발전목표도 그랬다. 17개의 소중한 가치와 함께 살아와 보니 참 좋았다.

김민재 전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연구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속가능발전목표

기고 gigo@jjan.kr

다른기사보기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