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뼈는 남녀 구분 없이 206개다. 한쪽 손에는 27개의 뼈가 있다. 잠시 손바닥을 펴보자. 엄지를 뺀 나머지 네 손가락에서 12개의 마디를 볼 수 있다. 각 마디가 하나의 뼈다. 여기에 엄지의 마디 2개를 합치면 손가락뼈는 모두 14개다. 손바닥에 든 손허리뼈는 5개로 각 손가락에 하나씩 배당된다. 팔과 연결되는 부위인 손목에는 8개의 뼈가 있다. 발에는 26개의 뼈가 들어 있다. 발목뼈가 하나 적기 때문이다. 두 손과 두 발을 다 합치면 106개로 전체 뼈의 절반이 넘는다. 많다.
인간은 다른 영장류 사촌보다 더 넓은 중추신경계 영역이 손, 특히 엄지손가락을 제어하는 데 관여한다. 사람 엄지손가락의 가장 큰 특징은 회전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엄지는 다른 모든 손가락과 가장 넓게 마주칠 수 있다. 물건을 감싸거나 포도알을 쥐는 데 이상적인 구조다. 자세한 역사와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아마 손의 구조도 더 정교하게 바뀌었을 것이다. 엄지와 둘째 손가락인 검지의 비율도 중요하다. 영장류 가운데 인간의 엄지가 가장 길고 검지가 가장 짧다. 침팬지가 엄지 끝부분과 검지 둘째 마디로 불안하게 포도알을 비스듬히 잡는 모습을 보면 엄지와 검지의 비율이 중요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바로 짐작된다.
하지만 엄지발가락은 회전하지 못한다. 인간의 발은 중력을 거슬러 서는 데 특화되었기 때문이다. 성큼 크게 회전하는 엄지를 가진 손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잡고 느끼고 땀을 내는 일이 그것이다. 주먹을 쥐면 손금을 따라 근육과 신경이 움직인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잡히는 물건이 단추인지 500원짜리 동전인지 보지 않고서도 알 수 있다. 포유류 털북숭이 피부에는 땀샘이 없지만 인간은 땀샘이 온몸에 고르게 분포한다. 손에는 손바닥 무늬의 솟아오른 부위를 따라 땀샘이 있다. 검은 비닐 멀칭(mulching) 구멍에 자리 잡은, 감자 싹처럼 생긴 지문 땀샘에서도 땀을 분비한다. 경험적으로 잘 알듯이 제때 땀이 나지 않으면 종잇장을 넘기는 일도 버겁다. 그러나 잘 때는 손바닥 땀샘이 활동을 멈춘다. 자는 동안 뭔가 잡을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에서 땀이 난다. 도망가거나 맞서 싸우라는 생리적 반응이다.
손가락 끝에는 손톱이 있다. 엄마 뱃속에서 두세 달이 지나면 나오는 손톱은 손톱 뿌리 기질의 상피세포에서 유래하며 단단하고 반투명인 케라틴의 납작한 판이다. 손가락 끝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손톱은 작은 물건을 다루거나 식별할 때 꼭 필요하다. 등을 긁거나 무김치 청을 절반으로 자를 때, 나사를 돌릴 때도 손톱이 없으면 무척 성가시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손도 시간이 지나면 늙는다. 손을 구성하는 근육과 신경 그리고 인대와 힘줄 모두 노화의 길로 접어든다는 뜻이다. 힘줄은 근육을 뼈에 부착해 골격계에 근육의 힘을 전달하고 인대는 뼈와 뼈를 서로 연결해 근육의 힘을 최적화한다. 나이를 먹으면 이런 힘줄과 인대를 이루는 결합조직에 수분 함량이 줄고 콜라겐이 분해되면서 손을 쥐는 힘이 크게 줄어든다.
노화된 근육에서는 근육량이 25~45%까지 줄어든다. 손을 구성하는 26개의 근육도 늙어서 60세가 넘으면 손의 악력도 약해진다. 엄지손가락 조절 근육은 손 전체 근육의 약 40%를 차지한다. 노화와 함께 엄지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불 보듯이 뻔한 일이다. 50세가 넘으면 골밀도도 매년 조금씩 줄어든다. 폐경이 지난 여성에게 골다공증이 찾아와서 골관절염으로 이어지는 일도 흔하다.
이래저래 노화는 슬픈 소식이다. 동작도 둔해지고 상처도 더디 낫는다. 손톱도 느리게 자란다. 손등에는 검버섯이 핀다. 사실 손은 얼굴을 포함한 머리와 함께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기관이다. 손에는 찰과상과 베인 상처가 더 자주 생긴다. 늘 쓰기 때문이다. 손가락과 손바닥의 피부는 두꺼워서 상대적으로 손등 피부보다 상처가 덜하다. 나이 들면 손 피부 아래 혈관으로 흐르는 혈액량도 줄어든다. 그래서 젊은 사람보다 노인의 손이 더 쉽게 차가워진다. 손등의 피부도 얇아지면서 정맥의 푸른빛이 도드라진다. 농부처럼 자외선에 노출되면 주름이 깊어지고 피부의 탄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발생학자들은 얼굴보다 손등이 먼저 늙는다고 말한다. 여간해선 손등의 늙음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괜찮다. 긴 시간 힘들여 일한 뒤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하늘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