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번에 소개할 책은 ‘기획의 승리’라고 생각하는 책이다. 책 자체도 유명 작가진이 다수 참여해서 ‘어? 이 작가가 이 책도 썼네’ 싶다.
이 시리즈의 책은 뭘 골라도 재미있다. 100쪽 정도의 책이라 읽기가 아무리 서툰 학생이라도 한 시간에 한 권은 읽을 수 있어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좋다.
소개할 책은 창비출판사에서 나오는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다. ‘독서 포기자들을 위한 새로운 소설 읽기 프로젝트’, ‘동화에서 소설로 향하는 징검다리’, ‘소설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강렬한 첫 만남이 필요할 뿐!’이라는 선전 문구가 달려 있다.
처음에 읽은 책이 ‘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정세랑)이었다. ‘기담’이라는 말에 재미있으려나? 하고 읽었던 거 같다.
책의 주인공은 씨름선수가 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게 된다. 주유소 사장이 그런 나를 보고 양자로 들어오라고 한다. 무슨 꿍꿍이인가 싶어 거절하려는데, 사장은 양자가 된다고 변하는 건 없다, 50년마다 도깨비와 내기 씨름을 하는데 내기 씨름에서 이기면 된다고 한다. 사장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이후 도깨비와 씨름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짧은 이야기인데도 재미있었고, 삽화도 만화가 섞여 있어 이해가 쉽다. 무엇보다 작가 정세랑(‘보건교사 안은영’ 외)의 작품이더라. 신선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답게 재미있는 이야기여서 좋았다.
그 중 소개하고 싶은 책은 ‘하트의 탄생’(정이현)이다. 표지를 보면 SNS 화면이 떠 있고 엄마가 셀카를 찍어 SNS를 업로드하는 장면과, 교복을 입은 딸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이다.
엄마는 화려한 인플루언서로 여러 가지 공동구매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딸인 주민이는 예쁘지도 않고, 수학은 50점 맞는 평범한 아이다. 수학 숙제도 안 한 데다가, 수학 시험을 반타작이라는 걸 알고는 엄마는 주민이에게 적성에도 안 맞고 재능도 없는 공부 때려치우라며 화를 낸다.
그리고 엄마가 SNS에 말도 드럽게 안 듣고, 공부도 드럽게 못하는 딸에 대해 불평을 한 글을 보게 된다. 우울해져서 ‘엄마 아빠에게 나란 존재는 무엇일까요?, ’나도 감정이 있는데 왜 나의 감정을 무시하나요‘, ’내가 사라지면 이런 슬픈 감정은 없어지겠죠‘라는 글을 남긴다.
그 글을 본 사람들은 주민이가 자살하는 거 아니냐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 주민이의 부모가 인플루언서라는데 누구일까? 며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알고리즘을 타고 ’유명 인플루언서의 딸, 극단적 선택 암시 후 연락두절‘로 화제에 오르고, 이야기가 흘러감에 따라 주작인가? 하며 사과하라, 왜 글을 쓰지 않느냐며 주민이를 죄어온다.
짧은 이야기인데도 SNS의 폐혜라던가, 사춘기의 소녀의 복잡한 마음, 가족관계에 대해 잘 녹여낸 작품이다.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를 읽으면서 사람 감성을 참 잘 해석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도 엄마와 나의 미묘한 마음을 잘 그려내고 있다. 산뜻한 차 한 잔을 즐겁게 마신 느낌이다. 사춘기를 잊어버린 어른들과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작가 조예은의 ’토마토로 만들어줘‘라던가, ’페인트‘의 작가 이희영의 ’쿠키 두 개‘를 아직 못 읽었다. 다음 기회에 이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듀나라던가, 박완서라던가 작가진도 화려하다.
이건 전집 읽기를 목표로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