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지방·단백질 포함된 음료, 물보다 체내 수분 유지 탁월
우유, ORS, 맥주 등…

목이 마를 때 물 한 잔을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의외로 물보다 더 수분 보충에 효과적인 음료들이 새 연구에서 밝혀졌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St. Andrews University)의 연구 결과, 당분·지방·단백질이 소량 포함된 음료가 물보다 더 오래, 더 효과적으로 수분을 유지해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연구를 이끈 로널드 모한(Ronald Maughan) 교수는 매체 CNN을 통해 “수분 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료의 양’과 ‘영양 구성’”이라며, “더 많은 양을 마시면 위에서 빠르게 배출돼 혈류로 흡수되고, 영양소가 포함된 음료는 위에서 천천히 배출되며 오랫동안 체내에 수분을 머물게 한다”고 설명했다.
■ 우유, 물보다 더 오래 수분을 붙잡는다
실제 우유는 수분 유지 효과가 가장 뛰어난 음료 중 하나로 꼽혔다. 당 성분인 유당(lactose), 단백질, 지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 배출 속도를 늦추고 수분의 체내 체류 시간을 늘린다는 설명이다. 또한 우유에는 체내에서 수분을 붙잡아 두는 ‘나트륨’도 들어 있어, 소변 배출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설사 환자의 수분 보충에 사용되는 ‘경구용 수분 보충용액(ORS)’도 비슷한 원리다. 소량의 당과 나트륨, 칼륨이 포함돼 체내 수분 흡수를 돕고 수분 손실을 최소화해준다.
미국 영양학회(MAND) 소속 멜리사 마줌다(Melissa Majumdar) 영양사는 “전해질(나트륨, 칼륨)이 수분 유지를 돕고, 음료에 포함된 열량이 위 배출을 늦춰 소변 배출도 지연시킨다”며, “이미 잘 알려진 원리를 실증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 과일주스나 탄산음료는 오히려 역효과?
그렇다고 해서 당이 많이 든 과일주스나 탄산음료를 마신다고 수분 보충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음료는 위에서는 천천히 배출되지만, 장에 도달한 후에는 당 농도가 높아 ‘삼투현상’으로 오히려 체내 수분을 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즉,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또한 과일주스와 탄산음료는 칼로리는 높고 포만감은 적어 불필요한 열량 섭취로 이어지기 쉽다. 마줌다 영양사는 “수분 보충을 위한 선택이라면, 물이 언제나 정답”이라며, “물은 체내 독소 배출과 피부 탄력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 술과 커피, 정말 탈수시킬까?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유도해 소변을 자주 보게 한다. 하지만 어떤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에 따라 수분 유지 효과는 달라진다. 맥주처럼 알코올 농도가 낮고 수분 함량이 많은 술은 위스키 등 고도주보다 수분 손실이 적다는 설명이다. 모한 교수는 “도수가 강한 술일수록 탈수가 쉽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커피 역시 마신 양과 카페인 함량에 따라 수분 보충 효과가 달라진다. 일반적인 한 잔 분량(약 80mg 카페인)에서는 수분 유지 효과가 물과 유사하지만, 하루 300mg 이상을 섭취하면 단기적인 이뇨 효과로 인해 탈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단, 평소 카페인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영향이 적고, 우유를 첨가하면 이런 효과는 어느 정도 상쇄된다.
결국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굳이 음료별 수분 유지 효과에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다. 모한 교수는 “갈증을 느끼면 그 자체가 몸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고온에서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선수나, 장시간 음료 없이 작업하는 사람처럼 특별한 환경에 있는 경우라면 체계적인 수분 섭취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