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폭격기 이민우 PGA 투어 휴스턴 오픈 4타 차 선두

2025-03-29

호주 교포 이민우(26)가 30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메모리얼 파크 골프코스에서 벌어진 PGA 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에서 4타 차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민우는 10언더파 공동 2위로 3라운드를 시작해 보기 없이 버디 7개로 중간합계 17언더파다. 13언더파의 알레한드로 토스티(아르헨티나)가 2위다. 선두로 출발한 스코티 셰플러는 12언더파 공동 3위, 로리 매킬로이는 9언더파 공동 14위다.

미국 골프에서 장타자들을 폭격기(Bomber)라고 한다. 폭격기는 대개 육중하다. 183cm 75kg의 이민우는 호리호리하다. 고성능 폭탄을 장착한 날렵한 폭격기다.

챔피언조에서 세계 랭킹 1위 셰플러와의 동반 라운드였으나 이민우는 별 부담이 없어 보였다. 장기인 장타를 뽐냈다. 592야드의 파5인 3번 홀에서 아이언으로 2온했다. 티샷이 339야드였고. 아이언으로 239야드를 쳐 2퍼트로 버디를 잡았다.

4번 홀에서는 티샷 볼 스피드가 194마일이었다. 페어웨이 왼쪽 잎이 풍성한 나무 쪽으로 갔는데 그냥 뚫어버렸다. 나무에 맞지 않은 셰플러의 공 보다 멀리 갔다.

이민우는 어렵지 않게 볼 속도 190마일을 넘긴다. 셰플러에 비해 시속 15마일, 로리 매킬로이에 비해서도 5마일 정도 빨라 보였다. 브라이슨 디섐보가 몸을 헐크로 만들어 있는 힘을 다해 내던 속도를 이민우는 호리호리한 몸으로 해냈다.

역시 장타를 치는 안병훈은 “이민우는 (거리 1위를 했던) 캐머런 챔프 같은 느낌이 있다. 몸이 유연하고 잘 튕기는 느낌”이라고 했다. 부상 위험은 없을까. 안병훈은 “그 체구에 그런 스피드를 내려면 몸을 지나치게 많이 써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원래 스윙 DNA가 그런 거 같다. 나의 178마일 나오는 느낌 스윙이 이민우에겐 190마일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텍사스 오스틴에서 닥터 골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체육학 박사 윤석준 프로는 “유연성이 특히 좋아 보인다. 그 장점을 이용한 레깅 동작이 매우 좋고 그로 인해 볼 스피드가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게 나온다”고 했다.

PGA 투어 기록에 의하면 이민우가 제일 잘 치는 건 드라이버가 아니다. 타수 득실(SG) 기록에서 티샷 순위는 81위에 불과하다. 쇼트게임이 좋다. 그린 주변 샷이 9위, 퍼트는 15위다. 장타와 쇼트게임을 겸비한 그가 점수를 잃는 클럽은 아이언이다. 순위 144위다.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175야드 9번 홀에서 핀 티샷을 20cm 옆에 붙여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민우는 2번 아이언이 최고 무기다. 300야드를 친다.

이민우는 2주 전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다. 티샷이 흔들리면서 실수가 이어져 78타를 치며 물러났고 결국 공동 20위로 끝냈다. 이민우는 2023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종일에도 챔피언조에서 경기했다. 당시 상대가 셰플러였다. 이민우는 4타를 잃어 공동 6위로 밀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3라운드에서 셰플러를 압도했고 2위와의 타수 차이도 크다.

이민우는 LPGA 투어에서 메이저 2승 포함 8승을 한 이민지의 동생이다. 넷플릭스 풀스윙에 의하면 이민지는 어릴 때부터 연습을 열심히 했으나 이민우는 그렇지 않았다. 천재형 선수다.

DP월드 투어에서 3승을 했고 지난해 PGA 투어에 들어왔다. 쇼맨십이 좋아 SNS 팔로워가 많다. 타이거 우즈가 만든 스크린 골프리크 TGL 선수로 뽑혔다. 거기서도 최고 장타 기록을 세웠다.

휴스턴=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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