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번홀 공에 앉은 무당벌레가 행운의 상징이었다고 믿어요.”
김효주가 짜릿한 연장전 승리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드 챔피언십 우승컵을 든 뒤 공식인터뷰에서 마지막홀에 자신에게 날아든 무당벌레를 좋은 기운으로 여겼다며 웃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잠시 풀 여유를 안겨준 고마운 무당벌레였던 셈이다.
김효주는 31일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훨윈드GC 캣테일 코스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9개, 보기 1개로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고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 4타차 선두로 출발한 릴리아 부(미국)와 공동선두로 마친 뒤 첫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18번홀(파4)에서 열린 첫 연장전에서 김효주는 111야드 거리의 세컨샷을 홀에 약 1.5m 가까이에 붙인 뒤 상대 버디 실패후 버디 퍼트를 성공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23년 볼룬티어스 오브 아메리카스 클래식(10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시즌 첫 우승이자, 통산 7승을 거둔 김효주는 우승상금 33만 7500달러(약 4억 9500만원)를 거머쥐고 시즌 상금 3위(46만 5364달러)로 올라섰고 역대 27번째로 통산상금 1000만 달러 고지(1007만 1237달러)를 밟았다.
김효주는 이어진 공식 우승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우승이라 약간 스트레스도 있었다. 하지만 겨울 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지금 이렇게 우승해서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015년 처음 미국에 도착했을 때, 첫 우승이 애리조나(JTBC 파운더스컵)였던 걸로 기억한다”는 그는 “좋은 기억이 많았는데, 그 기억이 오늘과 연결돼 정말 놀랍고 앞으로 애리조나는 특별한 추억의 장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질문도 나왔다. “18번홀 페어웨이에서 골프공에 무당벌레가 앉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당벌레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데, 그렇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김효주는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급하게 플레이하려고 했는데 무당벌레가 떠나질 않아서 날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무당벌레를 진짜로 행운이라 믿는가”라며 확인하자 김효주는 “네”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당시 김효주는 17번홀(파5)에서 이글 퍼트를 간발의 차로 놓치고 버디를 잡아 단독선두로 올라선 뒤 18번홀 그린 공략을 앞두고 있었다.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에 앉은 무당벌레는 캐디가 공위에서 손짓을 하며 보내려 해도 꿈쩍하지 않았으나 조금 뒤 스스로 날아갔다. 김효주는 여기서 파 세이브에 성공하고 선두로 마친 뒤 기다리다가 릴리아 부와 연장전을 치렀다.
김효주는 “스트레칭을 하며 연장전 가능성에 대비했다”며 “워낙 오랜만에 우승을 두고 싸우는 상황이라 긴장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4타차 공동 5위로 라운드를 시작할 때는 “솔직히 톱5 안에만 들어도 만족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차근 차근 버디를 잡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향이 생일인데 샴페인으로 축하해줘서 고마웠다”는 김효주는 “빨리 (다음주 매치플레이 대회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해야 해서 내일 맛있는 걸 먹으며 자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2025시즌 자신감을 얻었다는 김효주는 “사람들이 요즘 저한테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말도 하곤 하는데, 이번 우승 덕분에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 대회를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