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5] 상승과 하강으로 명료하게 직조해 낸 도시: 토요타 우븐 시티

2025-01-06

토요타는 CES 현장에서 예상과 동일하게 우븐 시티를 발표했다. 우븐은 우리말로 하면 ‘직조’로, 자동 베틀을 만들던 토요타의 전신 토요다의 정신에서 따왔다.

2025년 1월 7일, 일본 후지산 자락에서 미래 도시의 청사진이 펼쳐졌다. 토요타자동차의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CES 키노트 스피치를 통해 ‘우븐 시티(Woven City)’ 건설 현황과 비전을 발표했다. 이 도시가 단순한 주거지역이 아닌, ‘사람과 기술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실험실(living laboratory)’임을 강조하며, 미래 모빌리티와 인간 중심 테크놀로지를 실현할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븐 시티?

우븐 시티는 토요타가 2020년대 초부터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미래형 실험 도시 프로젝트다.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모든 교통수단을 친환경적으로 운영해 ‘로드 투 제로 에미션(Road to Zero Emission)’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우븐 시티는 집, 사무실, 상업 공간 등 도시의 모든 요소가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자유롭게 융합되고, 시민들이 직접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도시를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구현해 볼 수 있는 테스트 사이트(Test Site)”라고도 표현했다.

페이즈 1 완공과 단계적 확대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키노트에서 “우븐 시티 캠퍼스의 페이즈 1을 공식적으로 완공했다”라고 발표하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초기 입주자가 들어와 생활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후 페이즈 2에 이르면 약 2000명의 거주자가 도시를 채우게 된다. 거주 대상에는 토요타 직원과 가족, 과학자, 엔지니어, 스타트업 관계자, 리테일러, 학계 전문가, 그들의 반려동물까지 포함된다. 토요타 회장의 반려동물인 말도 우븐 시티에 입주한다고 한다.

‘살아있는 연구소’가 될 미래 도시

우븐 시티의 가장 큰 특징은 ‘실험과 검증’을 위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모두 참여자로 나선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미래를 이끌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적극적으로 시험된다.

인간 중심 로보틱스(Human-Centric Robotics)

토요타는 우븐 시티 내의 주택과 시설 곳곳에서 생활 로봇을 운용한다. 특히 일본식 옷 접기를 가르치는 로봇 시연이 화제가 됐다.

로봇은 사람이 한 번 시연한 동작을 카메라로 학습한 뒤, 스스로 움직임을 최적화해 정확히 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을 보조하거나 반복 작업을 인간 대신 수행하는 로봇의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및 드론

우븐 시티는 자율주행 물류 차량, 대중교통, 심지어 경주용 자동차의 자율주행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한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키노트에서 자율주행 레이싱카의 드리프트 주행 영상을 소개하며 “기존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자율주행 기술이 이미 여기까지 발전했다”고 전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 eVTOL

전동 휠체어부터 드론, 펫 로봇, 그리고 조비(Joby)와 같은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교통수단이 이 도시에서 실험된다.

“인간이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편의를 함께 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이 토요타 측 설명이다.

AI·디지털 트윈·비전 AI

우븐 시티에서는 AI를 통한 데이터 분석, 가상 공간에서의 시뮬레이션, 사람과 사물의 움직임을 포착·학습하는 비전 AI 등이 종합적으로 연구된다.

이를 통해 도시 운영 전반을 효율화하고, 실제 생활 속에서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모델을 구현한다.

에너지 자립과 지속가능성

토요타는 우븐 시티가 일본 최초로 커뮤니티 단위에서 ‘LEED 플래티넘’ 인증(미국 그린빌딩위원회의 에너지·환경 디자인 인증)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 자부한다.

태양광, 수소 연료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배출가스를 최소화하고, 도시 전체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흐름을 갖추도록 설계했다.

협업과 개방-“함께 만들어 나가는 도시”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우븐 시티가 “돈을 벌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 세계 누구라도 아이디어를 내고 자유롭게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개방된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항공(조비, 로켓 스타트업), 로보틱스, IT, 건설,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와 손잡고 미래 산업을 공동으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는 계획이다.

또한, 투자와 장학금(Pitch Competition & Scholarship)와 장학금을 신설한다. 토요타 회장은 “올해 여름부터는 우븐 시티에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이나 개인 발명가에게 재정적 지원과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험 공간까지 무제한 제공된다. 우븐 시티 내부에 마련된 거대한 실험동(前 토요타 공장 건물)은 심지어 비행체나 로켓 프로젝트 연구팀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정말 큰 공간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우븐 시티를 떠올려 달라”는 것이 토요타 측의 메시지다.

100년 전통의 직조 철학-‘우븐(Woven)’에 담긴 의미

토요타는 곧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다. 원래는 자동 직조기를 만들던 회사에서 출발했고, 현재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우리는 옷감을 짜듯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재능이 얽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과정을 ‘직조(Weaving)’라고 부른다. 우븐 시티(Woven City) 역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데 ‘직조’하듯 상호 협력해 신기술과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엮어내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븐 시티 거주자들을 ‘위버(Weaver)’라 부르며 새로운 발명품이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피드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마치 완성차를 대규모로 테스트 드라이브하듯, 도시 단위로 제품과 서비스를 실증 테스트해 보겠다는 것이다.

미래로 초대-“사람을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우븐 시티는 모빌리티의 미래를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의 삶 자체가 혁신되고, 기술과 인간이 함께 성장해 나가는 장이 될 것”이라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또한, “우리의 목표는 항상 같다. ‘사람을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지구 어디서든, 누구든지 우븐 시티에 합류해 함께 미래를 직조해 달라”며 공식 초대 메시지를 전했다.

자동차가 아닌 도시를 만든다는 점에서 우븐 시티의 등장은 못내 충격적이다. 매우 큰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븐 시티가 전 세계 기술 기업과 창의적인 인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고령화, 도시화 등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거대한 실험 도시를 통해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토요타의 도전은 매우 숭고한 것으로 느껴진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