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덴마크의 북극 지역 자치령 그린란드에서 11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미니 야당이었던 중도우파 민주당(Demokraatit)이 29.9%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1년 총선에서 기록한 9.1%보다 무려 20%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으로 민주당 조차 예상치 못한 깜짝 승리였다.
기업 친화적 성향을 갖는 민주당은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민주당에 이어 강경 성향의 또 다른 야당 방향당(Naleraq)이 24.5%로 2위에 올랐다.
현재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이누이트공동체당(IA)과 전진당(시우무트)은 합계 36%를 얻었다. 지난 총선에서 획득한 66.1%의 반토막 수준이다.
이번 선거는 그린란드 의회 31석을 놓고 치러졌다. 6개 정당 후보 213명이 출마했다.

옌스 프레데릭 닐센 민주당 대표는 승리가 확정된 뒤 "사람들은 변화를 원한다. 우리는 복지에 자금을 지원하는 더 많은 기업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내일 당장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원하지는 않는다"며 "(미래 독립을 위한) 좋은 기반이 만들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누이트공동체당 소속의 무테 에게데 총리는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 (곧 있을)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서 제기될 모든 제안을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면적이 217만5600㎢로 한반도의 9.7배에 달하는 그린란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주민은 5만7000명 정도이다.
그린란드는 14세기 후반 이래 덴마크 지배를 받았고 1953년 덴마크의 공식 영토로 편입됐다. 1979년 첫 의회가 구성되면서 자치령이 됐고 2009년에는 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덴마크 정부가 여전히 외교와 국방, 통화 정책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매년 그린란드 재정의 절반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미국이 갖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지난 10일에도 "미국이 그린란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린 당신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트럼프에 대한 그린란드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투표 하루 전 그린란드 공영 방송 KNR이 진행한 마지막 토론에서 현재 의회에 의석을 갖고 있는 5개 정당의 모든 대표들은 만장일치로 트럼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그린란드 정부의 전 고문인 줄리 라데마허는 "최근 그린란드에서는 덴마크에 대한 분노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접근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강력한 관심은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기존 통치 시스템에 충격을 줬고, 독립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주민들은 급격한 독립 추진이 덴마크의 재정·복지 지원 규모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크게 걱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덴마크의 6개 주요 정당은 모두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원하지만 언제 어떻게 독립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다르다"고 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점진적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누이트공동체당도 덴마크에 대한 재정 의존도를 낮춰야 완전한 독립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장기적 독립을 지지한다
반면 방향당은 독립에 가장 적극적이다. 다음 총선 전까지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 결과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내 제2당이 된 방향당은 미국이 관심을 기울이면 덴마크와의 독립 협상에서 그린란드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개발 프로젝트가 절실한 그린란드 입장에서는 외부로부터의 적극적 지원과 도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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