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업비트-케이뱅크 제휴 만료
우리 정진완 행장 "1거래소-n은행" 주장
하나, 하나인증서 도입에 고무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올해 하반기부터 상장법인과 전문 투자자의 가상자산 매매가 가능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거래소 점유율 1위인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제휴 종료가 오는 10월로 다가오면, 그간 가상자산 거래소와 직접적인 협력 경험이 없었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업비트와의 제휴를 타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포문을 연 쪽은 우리은행이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9일 국민의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주요 은행장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1거래소-1은행’ 규정의 개정을 공식 제안했다. 정 행장 "1거래소-1은행 체제는 약 1600만 명에 달하는 가상자산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여러 은행이 동시에 한 거래소와 제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민국 국민의힘 정무위 간사는 “은행장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향후 정무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며 “입법이 필요한 사안은 입법으로, 정책적으로 해결 가능한 부분은 정책적 접근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2018년 도입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도에 따라 각각 한 개 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선 은행 실명 계좌가 필수이며,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방지와 거래 모니터링 효율성을 이유로 암묵적으로 ‘1거래소-1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별 제휴 현황은 ▲업비트-케이뱅크 ▲빗썸-KB국민은행 ▲코인원-카카오뱅크 ▲코빗-신한은행 ▲고팍스-전북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은행 입장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는 저원가성 예금 확보는 물론,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신규 고객 유치, 거래소 입출금에 따른 수수료 수익 확보 등 비이자 수익 확대에 도움이 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영업이익 1329억 원 중 13.4%를 업비트 실명확인 계좌 서비스 수수료로 벌어들였고, KB국민은행 역시 빗썸과의 제휴 이후 요구불예금이 두 달 새 5조 원 이상 증가했다. 코빗과 제휴한 신한은행은 최근 넥슨재단, 아름다운재단 등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하반기부터 법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면 가상자산 시장이 한층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중 과거 빗썸과 제휴했던 NH농협은행을 제외하면, 아직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협력 경험이 없는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이다. 만약 ‘1거래소-다자은행’ 체제가 허용된다면, 두 은행 모두 제휴 기회를 확대하고 수익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제휴 종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하나은행이 유력한 차기 제휴사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업비트가 지난해 10월 하나은행의 ‘하나인증서’를 도입한 이후, 하나은행은 차기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케이뱅크의 2대 주주(지분 11.96%)로서 기존 제휴 구조에 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는 평가도 있다.
두 은행은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업비트와의 제휴설을 부인하진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두 은행 모두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확대하며 내부에 전담 부서를 꾸리는 등 가상거래소와의 제휴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기업 비댁스와 협력해 수탁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하나은행은 글로벌 커스터디 기업 비트고와 합작해 ‘비트고 코리아’를 설립, 토큰증권(STO)과 실물 연계 자산 등 다양한 가상자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업비트가 차기 제휴사 선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인 만큼 양사 모두 금융당국 기준에 부합하는 시스템 정비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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