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톨릭대 등 의대 수시에 최초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학생이 10명 중 4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서 중복 합격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 대학은 오는 27일 수시 미충원 인원을 반영한 정시 선발 인원을 확정해 발표하는데, 올해는 작년(33명)보다 미충원 인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충북대, 지역인재 수시 35명 뽑는데 최초합 8명만 등록
22일 종로학원은 수시 모집 등록률을 공개한 전국 10개 의대 모집정원 641명 중 249명(38.8%)이 최초 합격한 대학에 등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162명 미등록, 30.4%)보다 8.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조사 대상은 한양대, 연세대, 가톨릭대,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부산대, 충북대, 제주대, 연세대(미래) 등이다.
대학별로는 한양대의 최초합격자 미등록률이 74.1%로 가장 높았다. 58명을 모집하는데 43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서울권에선 고려대(55.2%), 연세대(41.3%), 가톨릭대(37.5%) 순으로 미등록률이 높았다. 서울대는 미등록자가 없었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의대의 미등록률이 수도권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부산대, 충북대, 제주대, 연세대(미래) 등 비수도권 의대 4곳에선 총 284명을 수시에서 모집했는데, 118명(41.5%)이 최초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았다. 지난해(29.1%, 57명)보다 12%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지역인재전형 미등록률도 43.4%(75명)로 지난해(26.3%, 31명)보다 1.7배 늘었다. 충북대의 경우 35명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모집했는데, 최초 합격자 중 등록 인원은 8명에 불과했다.
수시 미등록자 늘어나나…27일부터 정시 인원 발표
입시업계에선 수시 미등록 인원이 예년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는 서울권과 비서울권 모두 의대 추가 합격자가 매우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지난해보다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올해 39개 의대 정시모집 정원은 전체 4610명 중 1492명(32.4%)인데, 여기에 이월 분을 더한 선발 인원이 27~30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대학들이 정시 선발 인원을 확정·발표하면 이후 신입생 선발 인원을 조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의료계의 요구 등은 정시모집 규모의 변수로 꼽힌다.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해 온 의료계는 2025학년도 입시에서도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등 ‘소폭 조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교육위 현안질의에서 “여러 차례 점검하고 검토해봤지만, 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도저히 한치의 (조정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국회에서도 2025학년도 대신 2026학년도 정원 조정을 협의하자는 목소리가 우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