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AI 챗봇 'Deepseek'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는 또 다른 혁신적인 기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중국 로봇 스타트업 유니트리(Unitree 宇树)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춘제 갈라쇼, 16대 로봇의 화려한 무대
2025년 춘제 갈라쇼에서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인간 무용수들과 함께 전통 무용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연출한 이번 공연엔 유니트리의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 'H1'이 투입됐다.
공연에는 총 16대의 로봇과 16명의 무용수가 참여해 중국 동북지역의 전통 무용인 '뉴양거'를 함께 추었다. 로봇들은 손수건을 던졌다가 다시 받는 등 고난도의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인간과 로봇의 이러한 협업 공연은 중국의 첨단 로봇 기술 발전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춘제 갈라쇼의 하이라이트로 평가 받았다. 춘제 갈라쇼는 중국인들이 설날 시청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시청자 수가 10억 명에 달하는 국민 프로그램이다.
유니트리, 중국 로봇 산업의 강자
유니트리는 2016년 설립됐으며 4족 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창업자 왕싱싱(王兴兴,35)은 저장이공대학과 상하이대학에서 학업을 마친 뒤 세계 최대 드론 업체인 DJI에서 근무했으며 로봇 개발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유니트리를 창업했다. 현재 유니트리의 가치는 한화 약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유니트리는 초기 머신 독 개발로 시작했으며 세계 최초로 고성능 4족 보행 로봇을 공개적으로 판매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를 이루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유니트리의 머신 독(4족 보행 로봇)은 원반던지기 경기의 ‘운반 요원’ 역할을 수행했다. 두 대의 4족 보행 로봇은 경기장 곳곳을 바쁘게 누비며 경기의 효율성을 높였다. 선수가 원반을 던지면 머신 독은 목표 지점까지 신속하게 이동한다. 이어 경기 운영진이 원반을 로봇의 등에 올려놓으면 다시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임무를 마친 후에는 스스로 경기장 한쪽에서 ‘엎드려’ 자세로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가 됐다.
2024년 12월 왕싱싱은 자사의 머신 독 신제품 ‘B2-W’의 시연 영상을 공개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테슬라 창립자 일론 머스크가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미래의 전쟁은 무인기의 전쟁이다”라는 댓글을 남겨 관심을 끌었다.
더 놀라운 건 유니트리의 Go2 모델의 가격이 단 9997위안(약 180만 원)으로 소비자용 머신 독의 가격을 1만 위안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혁신과 글로벌 도전
지난해 5월 유니트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Unitree G1을 발표하며 기본형 모델을 9만9000위안(약 1800만 원)에 출시했다. 이는 수십만에서 수백만 위안에 달하는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과 비교할 때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G1의 가격은 테슬라의 비슷한 사양의 모델인 옵티머스의 20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2024년 CES에서 젠슨 황은 인공지능의 다음 최전선은 '물리적 AI(Physical AI)이라며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CHAT GPT 순간'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의 예측에 따르면 203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1540억 달러(약 20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 내 등록된 로봇 관련 기업은 71만 6700개에 달한다.
과거 제조업과 소형가전 시장에 적용되던 “중국산 가성비 전략”이 로봇 분야에도 똑같이 재연된다. 이렇게 되면 고가의 연구기관과 대기업 전유물에 가깝던 로봇기술이 높은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개발자들에게도 이용될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또한 일상과 산업 현장에서의 AI 로봇의 활용도를 높여 다양한 산업에 빠르게 도입될 전망이다.
나아가 고성능 AI 및 로봇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지속할 경우 AI 기술은 특정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SF 영화에서 보던 AI 비서나 AI 로봇이 점차 현실화하는 시기가 중국산 로봇에 의해 앞당겨질 수 있다.
김매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