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주요 언론 대선 결과 일제 보도
NYT “극심한 정치 양극화 속 치러
당선인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할 것”
WSJ “한·중, 남북관계 변화 가능성”
日 언론, 오염수 문제 강경 태도 주목
中 매체 “中과 양자 협력 강화하길”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3일 치러진 한국 대통령선거 소식을 실시간으로 타전하면서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에게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파면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사회적 분열상을 수습하는 한편 첨예해진 미·중 갈등 속에서 경제·외교안보적 돌파구를 찾아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짚었다.

AP통신 등은 이날 오후 11시40분쯤 방송3사 출구조사와 개표 중간집계 결과 윤곽이 이미 가려졌다면서 “이 당선인의 승리는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수개월간의 정치적 혼란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이 당선인의 승리를 예측한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며 “우파 정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출구조사를 우울하게 지켜보며 침묵에 빠진 반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이재명’을 외쳤다”고 했다.
‘국민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자이언츠 종신명예감독의 별세 소식으로 도배했던 일본 매체들도 이때쯤부터 다시 한국 대선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오후 7시30분부터 한국의 양당 지지자 등을 인터뷰해 ‘비상계엄이 부각시킨 분단’이라는 제목의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낸 NHK방송은 오후 9시에도 한국 대선 현지 취재 방송을 이어갔다.
NYT는 이번 대선이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치러졌다며 ‘국민 통합’이라는 큰 숙제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선거의 승자는 침체된 국내 경제를 회복하고, 주요 동맹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을 헤쳐나가는 등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정권교체가 각국과의 외교나 동북아 정세에 미칠 파장에도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당선인이 “윤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노선을 일부 이어가겠다고 약속했지만, 한·미 관계가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며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고해온 진보 성향 정치인의 당선은 한·중, 남북 관계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위크 일본판이 이날 발매된 최신호에서 이 당선인을 ‘한국의 트럼프’라고 표현하며 ‘정책이 없는 포퓰리스트의 다난한 앞날’이라는 제목의 표제 기사를 게재했고, 다수 일본 언론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당시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이 당선인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NHK는 이 당선인이 “비상계엄 이후에는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 당선인의 대일 접근법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NHK에 “새 정부가 일본에 어떤 자세로 임할지 주목하겠다”며 “한·일 협력 중요성이 이전보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하에서도 양국 관계의 개선 흐름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매체들은 윤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배제하는 외교 정책을 펼쳤다면서 정권 교체로 한·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실용주의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이 당선인의 전날 발언을 소개하며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차기 (한국) 정부는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 경색된 관계를 회복하고 양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베이징=유태영·이우중 특파원, 김범수·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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