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인마을 그림이야기, 문 빅토르 작 ‘불타는 갓’

2024-09-29

[전남인터넷신문]광주 고려인마을은 우리 민족의 또 다른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곳으로,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던 고려인동포들이 2000년대 초반 국내 귀환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한 터전이다.따라서 고려인마을은 단순한 이주자 집거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게다가 마을지도자들이 힘을 모아 설립해 운영하는 많은 기관 가운데 미술관은 고난의 삶을 살았던 고려인 선조들의 피어린 역사와 문화를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는 곳이다.

미술관 운영자 역시 고려인으로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 문빅토르 화백이다.

최근 문 화백이 공개한 최신작 ‘불타는 갓’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그림은 고려인 선조들의 피어린 삶과 공산주의자 스탈린 저지른 악행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문 화백 특유의 큐비즘 기법(종합적 입체주의)이 주로 사용된 유화 작품인 이 그림에는 한민족 고유의 의상을 상징하는 갓을 쓴 고려인이 등장한다.

불타고 있는 선비의 갓을 중심으로 그림 색상의 밝기가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불타는 갓에서 멀어질수록 색감이 어두워져 타오르는 불꽃이 더욱 생동감 있게 보인다. 게다가 다가오는 고난을 직시한 듯 생존본능이 되살아나 처절함을 손으로 막아내려 애쓰고 있다.

또한 ‘가장 위험한 순간 불타오르는 인간의 생존본능‘ 이 가슴을 넘어 머리로 올라가 쓰고 있는 한민족 상징인 ’갓‘을 활활 불 태우고 있다.

작품 ‘불타는 갓’ 이 관람객들에게 주고자 하는 의미는 “절망 속에서 더욱 각별한 희망” 또는 ‘죽음 앞에서 더욱 처절한 생존욕구’가 담겨있다.

문 화백은 “고려인의 피어린 역사는 고난의 삶을 살아온 한민족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한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부끄럽지만 치욕의 역사인 고려인 강제 이주사를 전하고 가르쳐야 한다. 이유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문 화백은 고려인 선조들의 아픔과 강인한 생존본능을 담은 강제이주사를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단다. 이런 아픔을 지닌 작품을 마침내 ‘세상에 선보일 수 있어 다행’ 이라며 ‘많은 관람객이 이 작품을 감상하며 ’한민족의 피어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어 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한편, 올해 1월 광주고려인마을로 영구 귀환한 문 화가는 1951년 고려인강제이주 첫 도착지 카자흐스탄 우슈토베에서 태어나 1975년 고골 알마티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197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미술 활동을 시작한 그는 고려인의 역사, 문화, 인물을 화폭에 담아왔다.

대표작으로 '1937 고려인 강제 이주 열차', '홍범도 장군', '우수리스크 나의 할아버지'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카자흐스탄의 대통령궁과 국립미술관을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집트, 일본,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다.

고려방송: 박빅토리아(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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