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오픈 결승 문턱에서 무릎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던 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23)이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목표로 다시 뛴다. 장소는 올림픽 금메달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프랑스 파리다.
안세영은 18일 충북 진천선수권에서 열린 배드민턴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파리는 항상 좋은 성적을 냈던 곳이기 때문에 더 기대된다. 좋은 기운이 있는 곳 같다”면서 “훈련에 빠짐없이 다 참여할 수 있을 만큼 몸 상태도 올라왔다. 세계선수권 대회 기간에 맞춰서 더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안세영의 말처럼 프랑스 파리는 우승의 기억이 강렬한 곳이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림픽을 5개월 앞둔 지난해 3월 프랑스오픈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과 프랑스오픈이 열렸던 그곳,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진행된다.
안세영은 지난달 중국오픈 4강을 치르던 중 무릎 통증으로 기권했다. 억지로 뛰려고 한다면 더 뛸 수도 있었겠지만, 세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굳이 위험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중국오픈에서 아쉬움을 삼켰던 만큼 세계선수권 각오가 더 크다. 2023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첫 세계선수권 단식 금메달을 획득했던 안세영이다. 이번에는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안세영은 “지난 대회를 생각하기보다 늘 새롭게 다시 준비하려고 한다. 항상 그럴 때 더 잘됐던 것 같다”면서 “이번에도 현재에 최선을 다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올해 들어 배드민턴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전까지 안세영이 수비를 우선시하면서 긴 랠리 끝에 상대 빈틈을 파고들었다면, 이제는 먼저 공세적으로 나서서 상대를 밀어붙이는 배드민턴을 하려고 한다. 이미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인데 거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하려는 것이다.
안세영의 새로운 스타일은 지난달 일본오픈에서 위력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 대회 예선부터 결승까지 5경기를 모두 2-0으로 이겼다. 중국 왕즈이(세계랭킹 2위)를 만난 결승에서도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하며 2-0(21-12 21-10)으로 42분 만에 승리를 거뒀다.
안세영은 “일본 오픈은 결승전까지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경기였다. 하지만 공격적인 스타일이 더 꾸준하게 습관처럼 나와야 한다. 그런 스타일을 갖춰가는 게 제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봉 대표팀 감독도 일본오픈 결과와 내용을 높게 평가하며 “일본에서는 (공격적인 스타일이) 굉장히 잘 맞아떨어졌다. 지금도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상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안세영은 세계선수권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다. 박 감독은 그렇기 때문에 안세영이 ‘본인과의 싸움’을 슬기롭게 잘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안세영 선수 본인이 워낙 완벽한 경기를 추구하는 성향이다 보니 스스로 부담을 많이 가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언젠가는 질 수도 있지만, 그런 스트레스까지 떨쳐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세계선수권도) 본인과의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오픈 준결승 기권 이후 우려를 낳았던 무릎 부상은 현재로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 스스로 몸 상태를 자신하고 있다. 박 감독도 “합숙 첫날부터 훈련 프로그램을 전부 다 소화했다. 프랑스 현지 적응훈련까지 잘해서 좋은 결과를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그간 내내 그랬듯 이번에도 중국 선수들과 ‘다 대 일’의 대결을 벌여야 한다. 톱시드로 나서기 때문에 8강까지는 대진이 순탄하지만 4강에서 오랜 라이벌 천위페이(세계 4위)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이변이 없는 한 결승에서는 왕즈이-한웨(세계 3위) 대결의 승자와 맞붙는다.
안세영은 “중국은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제가 밀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하면서 제 흐름을 찾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중국 선수들을 생각하기보다 제 플레이를 하고, 제 경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 대회는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7일간 이어진다. 안세영 등 대표팀은 22일 인천공항으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