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만에 열린 두산과 LG의 어린이날 잠실 맞대결, 주인공은 정수빈(35)이었다. 정수빈이 5일 잠실 LG전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2볼넷으로 5출루 맹활약하며 5-2 팀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안타를 시작으로 3회 홈런, 5회 2루타를 몰아쳤다. 이후 두 타석도 볼넷을 골라내며 100% 출루에 성공했다.
정수빈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어린이날 비가 와서 계속 경기 취소가 됐는데 올해는 날씨가 흐렸지만 경기가 열렸다. 어린이들 많이 찾아와서 응원해줬는데 저희가 보답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웃었다. 지난해와 그전해 2년 동안은 어린이날 잠실 맞대결은 모두 우천 취소가 됐다.
정수빈은 3회 홈런 후 홈을 밟으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어린이날을 찾아 관중석을 찾은 아내와 20개월 아들에게 보내는 세리머니였다. 정수빈은 “아기가 어린이날 경기장을 찾은 건 처음이다.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들 뿐 아니다. 모든 어린 야구팬에게 어린이날 경기는 의미가 각별하다. 정수빈은 “저도 어린이날때 야구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멋진 선수들이 좋은 모습 보여주면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는 어린이들도 생길 거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고 웃었다.
정수빈은 이날 ‘사이클링 히트’에 3루타 하나가 모자랐다. 5회 장타를 치고 3루까지 내달렸지만 2루타로 기록이 됐다. LG 수비진이 다른 주자를 수비하는 사이 3루까지 진루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사이클링 히트를 노려볼 만한 기회가 두 타석 더 있었지만 정수빈은 무리하게 스윙하는 대신 침착하게 공을 골라내는 쪽을 택했다. 정수빈은 “기록 의식은 했는데, 점수 차가 1~2점 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에 욕심을 부리기 보다 출루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3연승을 달렸다. 아직 리그 8위에 머물러 있지만 반등의 계기를 잡았다. 정수빈은 “저희가 초반부터 좋지 않아서 선수들도 그렇고 팬분들도 다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을 때 지금부터 치고 올라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