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관 시인이 기후위기, 예술, 생명을 키워드로 세 번째 산문집 ‘꺾이지 않는 마음(마음디자인·1만7,000원)’을 펴냈다.
산문집에 현실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관심과 참여가 기록돼 있다. 여기서 “다양한 관심”은 단순히 다방면에 대한 호기심이나 관여가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사건을 개별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근본 원인에 대한 집요한 물음을 의미한다.
책의 부제에서 드러났듯이 이 산문집은 주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기후위기 문제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예술에 끼치는 심대한 문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몰린 생명의 문제에 시적 감수성을 드리우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처한 제반 문제의 근원에는 맹목적인 경제성장의 추구가 있다는 점을 저자는 반복적으로 비판하면서, 인공지능마저 경제성장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경제성장주의와 인공지능의 현실 압도가 생태계와 민주주의의, 그리고 살아 있는 생명체와 예술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분석이나 논리를 앞세우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시대에 예술이 최전선인 것일까라고 묻는 것처럼 저자가 의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예술이다. 또 이 산문집에는 글쓰기와 책 읽기에 대한 저자의 평소 생각이 펼쳐져 있기도 한데, 이것들도 결국 예술에 대한 시인의 생각을 읽는 데 부족함이 없다.
황 시인은 “이 책에 모인 글들은 거의 다 내가 살면서 절감한 구체적인 문제로부터 시작됐다”며 “더 솔직하게 말하면, 문제 ‘의식’이 아니라 나름 심각한 실존적 위기감 속에서 쓴 것들이다”고 했다. 또한 그는 “고요와 고유룰 나날이 잃어가고 있는 오늘날, 예술의 자리를 사유하는 것은 예술가의 책무이며 예술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황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삼례에서 자랐다. 전태일문학상을 받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시집으로는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정오가 온다’,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호랑나비’, 산문집 ‘강을 버린 세계에서 살아가기’, ‘문학이 필요한 시절’ 이 있으며 김수영 해설, 연구서인 ‘리얼리스트 김수영’과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거다’가 있다. 제22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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