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선고 빨리받자” 지방채무자 서울로

2024-09-23

서울 2개월→전주 5.6개월 소요

경기침체로 채무자 급증 요인도

전주지방법원에서 개인 파산을 신청하고 선고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서울에 비해 평균 2개월 이상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지역별 편차가 채무자들이 지방 법원을 기피하는 추세로 이어져 서울 원정 파산·회생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회 서영교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서울회생법원의 개인 파산 접수부터 선고까지 평균 2개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전주지방법원에서는 처리 기간이 5.6개월 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회생 사건도 서울과 지역 간 편차가 컸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는 개인 회생 접수부터 개시 결정까지 5.1개월 걸린 데 반해 전주에서는 7.3개월로 전국에서 가장 오래 걸렸다.

법인 파산 선고와 회생 개시 여부 결정 역시 서울은 각각 1.1개월, 0.9개월 소요됐지만, 전주에서는 각각 1.5개월, 2.9개월 걸렸다.

최근 경기 침체로 법원 문을 두드리는 채무자들이 급증하면서 향후 처리 기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개인 파산을 제외한 법인 회생·파산, 개인 회생 사건은 전주지법에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전주지법 기준 법인 파산 접수 건수는 2021년 18건에서 지난해 32건으로 1.7배 이상 늘었고, 법인 회생 접수 건수는 2021년 29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2.3배 이상 늘었다. 개인 회생 접수 건수도 2021년 2945건에서 지난해 3776건으로 1.3배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법인 회생 19건, 법인 파산 36건, 개인 회생 1900건, 개인 파산 506건이 접수됐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접수 건수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처리 속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주지법의 개인 회생 사건 처리 기간은 2021년 4.0개월에서 올에 1월부터 6월까지 7.3개월로 매년 늦춰지는 추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지방 채무자들은 사건 처리가 빠른 서울로 주소지를 옮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개인 회생·파산 신청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도내 한 변호사는 "지방보다 서울 법원의 회생 사건 처리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지다 보니, 지방 채무자들이 파산 신청 직전 서울로 주소를 옮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지방 채무자가 균등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회생 법원을 추가 설치하고 관할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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