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팔까 말까’는 잘못된 질문이다

2025-09-11

요즘 한국이나 미국의 투자 커뮤니티에서 자주 오가는 질문이 있다. “이제는 정말 엔비디아 주식을 팔아야 할까?” 인공지능(AI) 테마가 본격화한 2022년 말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900% 이상 급등했다. 기쁨이 점차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고민의 핵심은 ‘주가가 더 오를까, 내릴까’를 맞히는 시장 타이밍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종목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지는 않은지, 다시 말해 ‘리밸런싱’이 필요한 시점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리밸런싱은 자산 배분이 목표 비중에서 벗어났을 때 이를 다시 조정하는 행위다. 예컨대 주식과 채권을 60대 40으로 설정했는데 주식이 급등해 80%를 차지한다면, 일부 주식을 팔아 되돌리는 방식이다. 이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인 자산의 비중이 과도해지면 포트폴리오의 전체 위험이 해당 자산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리밸런싱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캘린더 기반 리밸런싱이다. 분기별 또는 연 1회 등 일정 주기로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둘째, 임계점 기반 리밸런싱은 자산 비중이 목표에서 일정 범위 이상 벗어났을 때만 조정하는 방식이다. 셋째, 두 방식을 결합한 혼합형 리밸런싱은 주기적으로 점검은 하지만 실제 매매는 임계점을 넘었을 때만 실행한다. 어떤 방식을 따르든 시장을 예측하지 않고 미리 정해둔 규칙에 따라 자산 비중을 조정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런 만큼 감정의 개입을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간단해 보이는 수동적 리밸런싱이지만 대형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도 이 전략을 따른다.

미국 자산운용사 뱅가드가 2022년 발표한 주요 자산을 대상으로 한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연 1회 주기로 임계점(1%~5%)을 넘었을 때 리밸런싱하는 혼합형이 투자 효율성과 거래비용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전략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주기가 1년보다 짧아질수록 성과가 더 나빠진다는 점이다. 리밸런싱 주기가 짧아 거래가 빈번해지면, 변동성은 크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주식 투자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1년이라는 기간이 포트폴리오가 자연스럽게 수익을 실현하고 불필요한 거래를 줄이는 데 가장 유리함을 의미한다.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경향이 있고, 이는 리스크 집중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이럴 때는 목표 비중만큼 남기고 다른 자산으로 리밸런싱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리밸런싱은 단기 수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장기투자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임을 기억하자.

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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