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찬교수의 광고로보는 통신역사]〈26〉챗GPT도, 검색·추천도 알고리즘이라는데…

2025-01-19

최근 인공지능(AI)이 관심을 받으면서 '알고리즘(Algorithm)'이라는 단어는 일상적인 용어로 정착된 듯 하다. 어느 날 사석에서 챗GPT도 콘텐츠 추천 기능도 알고리즘이라는데 한마디로 '알고리즘은 무엇인가?'라는 연장자의 질문이 있었다. 참석자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어째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다. 전문 용어를 쓴다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는 묵시적인 약속이자 경쟁력이요 타인에게는 들어서기 어려운 진입 장벽인데, 전문가가 제대로 본질을 짚지 못하면 산업이나 제도의 흐름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할지 모른다.

알고리즘은 한마디로 '단계적 풀이'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해 최적의 답을 얻기 위해 설계된 일련의 절차·규칙들을 의미한다. 단순한 연산 작업이나 스팸메일을 필터링해주는 기능부터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이는 특정한 현상을 관찰한 후 얻어진 데이터로 그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패턴을 찾아내 모델을 구축하고 적합도를 높이기 위한 미세조정(fine tuning) 과정도 거친다. 예컨대 경제 현상에서 '시중 금리가 인하되면 채권값이 상승한다'든지 수업에서 '출석률이 높으면 성적도 높다'는 패턴을 찾아낸 후 새로운 환경을 예측해 투자 전략을 세우거나 출석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일련의 모델 구축 과정은 사람이 일 배우는 것과도 비슷하다. 오랜 세월 학교에서 배우고 취업한 후 어떤 일이든 한마디에 알아듣고 처리하는 일당백의 능력을 갖추는 데는 대략 3년 걸린다.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실리콘밸리 회사에 머무는 주기와 일치한다. 제대로 배워야 일 잘하는 것처럼 높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이는 기한 내에 주어진 업무를 완료하는 유한성(finiteness)이라든지 같은 성과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알고리즘을 우선시하는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과 같은 속성을 만족해야 한다.

모델 구축은 반복(iteration)하면서 최적 해(解)에 점근(漸近) 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많은 물리 또는 경제사회 현상은, 학교에서 배운 단순한 일원 일차 연립방정식을 풀어 x·y 해를 구하는 것처럼 자명하지 않기에 이는 중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본질에서는 골프와도 유사하다. 운이 좋으면 스윙 한 번에 홀인원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긴 클럽에서 짧은 클럽 순으로 볼(잠정 해)과 홀(최적해) 간 거리를 줄인 후 그린 위에서 퍼터로 홀에 넣는다. 해로의 수렴은 필수 조건이다.

코딩교육이 초등학교 때부터 이루어진다고 한다. 알고리즘이 중요해지는 다음 시대에는 실제 작동이 가능하게 하는 창의적 사고와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시간 없다며 그저 빨리 부실하게 지은 아파트, 높은 분 말씀에 맞추어 과정은 생략하고 번드르르하게 포장해 보여주는 전시 행정, 소프트한 작동 원리는 무시한 채 상자라도 하드한 걸 보여주어야 인정하는 산업 풍토. 알고리즘 시대에는 다 사라질 구시대 유물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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