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더디기만 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촉진하기 위해 온라인 정보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속도를 높이는 데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 PF 정리 속도가 지지부진한 근본적인 원인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줄다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업권별 금융협회 홈페이지에 매각 추진 부동산 PF 사업장 현황 전수 리스트를 제공하는 ‘정보공개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플랫폼에는 사업장 소재지·상세주소·용도지역 등 ‘일반정보’, 감정가액과 경·공매 진행경과·인허가 여부 등 ‘세부정보’, 신탁사·대리금융기관 담당자 연락처 등 ‘연락정보’가 실린다. 우선적으로 가장 매각이 시급한 3조 1000억 원 규모의 195개 사업장이 공개됐고 매달 정보가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원활한 정보를 시장에 공급해 부동산 PF 정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이날 플랫폼 오픈과 함께 시공사, 부동산 개발 업체, 금융사 등이 참석한 ‘전 금융권 PF 사업장 합동 매각 설명회’도 진행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 자리에서 “부실 PF 정리 속도가 다소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나 다시 한 번 정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며 “정리 대상 사업장이 시장 눈높이에 맞는 적정 조건에 매각돼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다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설명회까지 진행한 것은 부실 PF 정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경·공매 대상 사업장 익스포저는 총 12조 5000억 원으로 당초 지난해 말까지 4조 3000억 원이 정리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6일 기준 목표치의 81.4% 수준인 3조 5000억 원이 정리되는 데 그쳤다. 본격적으로 정리가 시작된 9·10월의 경우 각각 1조 2000억 원 규모의 사업장이 매각됐지만 11·12월 매각 규모는 각각 5000억 원, 6000억 원으로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플랫폼 대책이 경·공매를 활성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매수자와 매도자의 희망 가격 차이가 원인인데 엉뚱한 대책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플랫폼이 없더라도 매수를 희망하면 어떻게든 사업장 정보를 구해서 매수에 나서는 게 업계 분위기”라며 “도움은 되겠지만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시장의 분위기를 너무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이날 “올 3월 말까지 3조 원이 넘는 사업장이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 월별 정리 규모가 5000억~6000억 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3개월간 매달 1조 원 이상을 매각해 정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