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주가, 지난해 2월 1만8700원에서 64% 하락한 6600원 수준
저평가 요인으로 지적 받았던 업비트 의존도, 구주매출 발목 등 리스크 여전
대주주 BC카드, 재무적 부담감 가중될 것으로 보여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케이뱅크가 또다시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면서 코스피시장 입성 시기가 묘연해졌다. 케이뱅크는 금융시장 안정 후 재추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불확실한 시장 상황을 볼때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지난 8일 또다시 IPO연기한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적정 몸값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과의 시각 차이가 더욱 벌어지면서 시점 선정은 이전보다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상장 시도 당시 카카오뱅크의 IPO성공에 힘입어 최대 8조원에 가까운 몸값을 평가받았다. 다만 지난해 10월 IPO 재추진 당시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서 희망 몸값과 시장의 평가가 큰 괴리감을 보였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9500~1만2000원 선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밴드 하단인 9500원 기준 시가총액은 3조9586억원이다. 2022년 IPO 추진 당시보다 공모가 희망 밴드가 크게 낮아졌음에도 다수의 기관이 하단 이하 가격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주관사단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 또한 공모가를 밴드 하단 아래인 8500원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뱅크 초창기의 경우 플랫폼을 통한 혁신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메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로기대감이 큰 상황이었다"면서 "다만 차별화된 사업모델(BM)이 부재로 그런 기대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당시 시중은행보다 시가총액이 높았으나, 현재 시가총액이 10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로 모멘텀을 상실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계속된 IPO 철회에 대한 피로감으로 케이뱅크의 장외주가 또한 크게 떨어진 상태다.
22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케이뱅크 비상장주식 주가는 오늘 기준 6600원으로 불과 1년여만에 65%하락했다. 추정 시가총액의 경우 2조 4795억원을 기록했다. 케이뱅크의 장외주가는 특히 지난 10월 상장 철회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가 높은 가격을 고집하는 데에는 재무적투자자(FI)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주주인 BC카드의 경우에도 상장 절차가 철회함에 따라 케이뱅크에 대한 지원부담 가능성이 커졌다.
BC카드는 2021년 케이뱅크의 자본확충을 위해 총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FI들에 케이뱅크 주식에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을 부여한 바 있다.
케이뱅크가 2026년 7월까지 상장하지 못하거나 적정 몸값을 인정받지 못할 시 BC카드는 옵션 행사 시 받았던 투자금을 사들여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케이뱅크가 합의된 조건으로 상장되지 못하는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은 동사에 동반 매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케이뱅크와 관련한 재무적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며 "2021년 7월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케이뱅크 투자금액은 8616억원(장부가액)으로 증가했고, 이는 동사 자기자본 약 1조6000억원의 55%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라며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 재추진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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