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공천을 청탁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재판에서 “김 여사가 그림을 찾는다고 들었다”는 미술중개상의 증언이 나왔다. 이는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 부탁으로 대리구매한 것”이라는 김 전 검사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진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현복)는 27일 김 전 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공판기일을 열고 김 전 검사에게 그림을 판 미술중개상 이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씨는 김 전 검사의 지인인 미술계 종사자 강씨의 소개로 김 전 검사에게 1억 4000만원에 그림을 판매한 인물이다. 그림은 원 소유자인 임모씨→이씨→강씨→김 전 검사 순서로 유통됐다. 이씨는 2023년 1월쯤 강씨로부터 “1억 정도 수준에서 좋은 그림을 찾아봐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앞서 특검에 진술했다.
이씨는 이날 그림을 중개한 경위에 대해 “(강씨가) 초기에는 친구인 검사님이 그림을 산다고 했고, 중개하는 과정에서 ‘높은 분이 찾으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높은 분’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여사님이라고 들어서 그런 추측을 했다”고 말했다. ‘‘여사님’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맞나’라는 특검 측 질문에는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대화했다”고 답했다.
이씨는 강씨로부터 “(그림이) 용산에 갈 것 같다. 여사님이 살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강씨로부터 그림이 김건희 여사, 취향 높은 분에게 전달된다는 말을 들은 게 맞나’라고 재차 묻자 “네”라고 답했다.
김상민 “김진우로부터 그림값 받고 대리구매” 진술
그림이 김 여사에게 갈 예정이었다는 진술은 “김진우씨 부탁으로 그림을 대리구매했다”고 주장해온 김 전 부장검사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김씨와 그림 구매자인 김 전 검사는 모두 “김씨에게 그림값을 받고 대리구매한 것에 불과하며, 청탁이 아니다”이라고 진술해왔다.
이 그림은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지난 7월 김진우씨의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발견됐다. 특검은 지난해 4월 총선 때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경선에 도전했던 김 전 검사가 공천 등 청탁을 명목으로 그림을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이씨는 이날 재판에서 그림이 김 여사에 대한 ‘선물’인지에 대해선 확실하게 진술하지 못했다. 이씨는 앞서 강씨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다 ‘여사님 선물’이라는 내용을 보고 놀라 ‘채팅방 나가기’를 눌렀다는 자필 진술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아울러 강씨로부터 그림을 선물포장한 사진과 함께 “높은 분이 좋아하시더라”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다만 김 검사가 현금으로 치른 그림값의 주인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