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수렁 캐롯손해보험, 결국 한화손해보험 품으로

2025-04-11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면서 결국 모회사인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될 전망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문효일 캐롯손보 대표는 지난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미팅을 열고 유상증자나 한화손보와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화손보 관계자도 “자회사인 캐롯의 자본건정성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보험업의 특성상 자본건정성 유지를 위해 꾸준한 자본확충이 요구된다. 이에 재무건정성 해결 방안을 모색 중에 있고 합병도 그중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캐롯손보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주도해 2019년 설립했다. 출범 당시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같은 대형 투자사들이 주주로 참여해 보험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최대주주는 지분 59.57%를 보유한 한화손보이고, 뒤를 이어 티맵모빌리티가 10.72% 보유 중이다.

캐롯손보는 보험과 테크놀로지, 자동차를 가장 잘 아는 국내외 대표기업들이 모여 보험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도모하고, IT기술력이 적용된 보험산업의 혁신을 이끌어가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후 IT기기로 주행거리를 측정해 탄 만큼만 결제하는 퍼마일자동차보험, 필요할 때만 스위치를 켜서 보장받는 스위치ON 시리즈, 인공지능(AI)영상인식기술이 반영된 폰케어 액정안심보험 등 IT기술력이 접목된 보험 서비스를 론칭해왔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은 자동차보험 의존도가 높고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위주로 판매하는 등 사업모델의 수익성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디지털보험사는 설계사나 영업점 없이 온라인만으로 보험을 판매·운영하는 회사로 현재 보험업법 규정상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CM, TM, 우편 등으로 모집해야 한다.

이같은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며 캐롯손보는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거듭했다. 캐롯손보의 연간 당기순손실은 출범 첫해인 △2019년 91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795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회계제도가 바뀐 이후 건전성 비율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156.24%로 전분기 189.44% 대비 33.2%포인트(p) 감소했다. 전년(281.26%) 대비로는 130%포인트(p) 가까이 급락했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에 그간 유상증자 등을 통해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캐롯손보는 이를 바탕으로 일반보험 상품 포트폴리오 확대 및 신규 보험 비즈니스 모델 발굴, 퍼마일 비즈니스 모델의 해외시장 진출 등을 추진했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가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으며 주목받았으나 비대면 영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대면 채널은 보험료가 저렴하고 가입이 간편하다는 장점으로 점점 확대되고는 있으나 보험시장은 여전히 설계사 위주의 대면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수익성을 위해서는 장기보험을 확대해야 하는데 상품구조가 장기보험은 상품구조가 복잡해 설계사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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