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정년 연장 요구
산업계 전반 ‘파급력’ 주목
합의 땐 산업계 확산 불가피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 64세 연장’ ‘주 4.5일제 도입’.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핵심 내용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1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20차례 교섭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가 현대차 파업을 지켜보는 핵심 이슈는 정년 64세 연장이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사가 정년 64세에 합의 할 경우 국내 산업계 전체로 여파가 확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8일 “현대차 노사가 정년 64세 연장으로 합의할 경우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며 “재계와 노동계가 현대차 노사의 정년 연장 합의에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정년 65세 연장을 추진하고 있어 (노사가) 단계적 연장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기간 법정 정년 65세로의 단계적 연장과 함께 2025년 내 입법 추진 및 범정부 지원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도 현재 60세인 법정정년을 65세로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단 하루도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역시 지난달 26일 총파업을 결의하면서 같은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등 노동계의 추투를 통해 이들 의제를 본격화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 저하와 추가 인건비 부담이 당면한 걱정거리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정년연장 시 5년 후 60~64세 고령 근로자 고용 비용이 30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5~29세 청년층 90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김대일 서울대 교수와의 공동 연구에서 임금을 깎지 않고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들고 조기퇴직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기업이 인건비 부담 등을 감안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법정 정년이 60세로 올라간 이후 고령층(55~59세)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층(23~27세) 근로자는 평균 1명(0.4~1.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차처럼 ‘노조 있는 대기업’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은은 일본처럼 임금 조정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봤다. 경제계에서도 정년 연장보단 ‘퇴직 후 재고용’ 같은 유연한 고령자 고용방식, 업무성과 결격사유 여부 등을 평가해 재고용자를 선별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10여년 전 정년 60세 법제화와 동시에 의무화된 임금체계 개편이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는 임금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같은 조치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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