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연말이라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기도 하고, 빨갛고 파란, 은박과 금박을 붙인 작거나 큰 장식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작년 이맘때부터 다시 세 계절을 지낸 어느 가게 앞 먼지 쌓인 트리는 은근슬쩍 또 이즈음의 풍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척 지나가주는 것이 이 계절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경기와 소비심리에 관한 이야기가 뉴스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면 늘 그렇듯 누군가는 고된 시기를 보내고, 또 누군가는 썩 괜찮습니다.
가게에서는 크리스마스용 케이크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맛있고 좀 더 크게 만들어 팔고 싶은데, 호텔만큼 비싸게 팔 수도 없고, 재료비며 인건비며 포장재 비용까지 계산에 넣으면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도 없어 머리만 아픕니다. 유통업자는 다른 것에 비해 더 좋고 더 적게 나는 재료에 웃돈을 불러야 마땅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노동자의 수고는 그 가치를 잃지 않아야 마땅하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자영업자의 수지를 맞추는 계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은 장사하는 사람이 홀로 오롯이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가게를 몇개씩 열거나, 주식거래소에까지 등록하는 사람도 있는 마당이니 모두 다 하기 나름이겠지요.
그래도 마냥 머리 아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말이라고 오랜만에 연락이 된 친구들과 동창회도 하기로 했고, 한동안 보지 못한 이들이 연말을 핑계로 가게를 찾아주는 일이 늘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얼굴을 보며 술 한 모금 넘기고 나면, 결국 힘든 일보다는 고마운 일이 더 많은 한 해였습니다. 가게 운영에 모자란 돈을 빌려준 친구들도 고맙고, 돈은 빌려주지 못해도 술은 산다며 호프집 계산기 앞에서 카드를 꺼내는 선배가 또 고맙습니다. 그가 꺼낸 카드가 마침 나와 내 가게의 계좌를 개설한 은행의 것이라 새삼 대출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떠올라 그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주인가에는 남대문의 그릇 도매상에게 그동안 쌓인 외상 매입이 얼마인지 물었는데, ‘당장은 계산이 귀찮으니 다음에 내가 부르면 빼지 말고 나와 술이나 마시며 얘기하자’면서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 마음이 고맙고 또 미안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기분으로 늦은 시간 가게 정리를 끝내고 퇴근하는 직원을 잡아 맥주 한잔 같이하자고 조르면, 그때마다 기꺼이 함께 앉아주는 그도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연말에는 가족끼리 시간을 맞춰 집에 모여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한 6년 전쯤 사서 고이 모셔둔 프랑스산 백포도주 한 병이 있는데, 당시에는 값이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값이 많이 올라 그것을 열기로 했습니다. 음식은 신당동에서 이자카야를 하는 친구에게 좋은 회를 부탁해 한 접시 담아올 생각입니다. 기왕이면 아는 사람 가게에 돈을 쓰러 가는 것인데, 가면 또 아는 사람이라고 제값을 다 받지 못하고 팔겠지요. 그런 사람들과 그런 마음들이 모여 결국에는 고마운 일만 잔뜩인 12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