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웨덴의 기후변화 대응과 사업화

2024-10-03

8월말∼9월초 2주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도움을 받아 ‘기후변화 대응'을 주제로 취재차 스웨덴을 다녀왔다.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이 나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트리투텍스타일(Tree to Textile)’이라는 업체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 나무에서 옷감을 만들어낸다. 기존 섬유산업은 크게 동물섬유와 화학섬유로 나뉘는데, 어떤 방식이든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게 된다.

트리투텍스타일은 가구 등을 만들고 남은 목재 부산물인 펄프에다 알칼리성 용액을 섞어 원사를 뽑아내고 최종적으로 옷감을 생산한다. 동물·화학 섬유 대비 탄소배출량을 7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해당 업체는 글로벌기업 이케아나 에이치앤엠(H&M)에서 투자받는다.

스웨덴 서남부에 위치한 묄른달에 자리 잡은 ‘아이테크(I-Tech AB)’는 선박에 따개비가 붙지 않도록 막는 페인트 첨가제를 생산하는 업체다.

항해하는 과정에서 따개비들이 선박에 달라붙게 되는데, 이 업체가 생산한 ‘셀렉토프’를 선체에 바르면 따개비가 배에 붙지 않는다. 이를 통해 선체와 물 사이 마찰 저항을 줄이고, 연료 소비량을 줄여 탄소저감에 기여한다.

룬드에 있는 세계적인 멸균팩 생산업체 ‘테트라팩’은 미생물을 발효해 곰팡이로 만들고, 이를 원료로 대체식품을 생산하는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치킨너깃 같은 각종 고기제품과 비슷한 식감·맛을 내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이 사업으로 기존 축산업 대비 탄소배출량과 물 소요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들 기업은 서로 분야가 다르지만 기존 방식과 비교해 획기적인 기술을 통해 탄소를 줄여나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장은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제품가격이 높아 부담스러울지 모르지만 기후변화가 심화할수록 이들 혁신기업은 빛을 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선 이처럼 본래 기능을 다하면서 탄소저감에 이바지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는 곧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농업계에서 먼저 이런 기업이 많이 나온다면 어떨까.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도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산학연의 협력이 필요하다.

박하늘 산업부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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