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이른바 ‘토미 존 수술’ 숫자가 14년새 270%나 증가했다. 2010년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합해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가 104명이었는데, 2024시즌에는 무려 281명이나 됐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셰인 비버, 스펜서 스트라이더, 에우리 페레즈 등 에이스급 투수들이 줄줄이 수술대에 오르는 바람에 더 심각했다. 월드시리즈 우승팀 LA 다저스는 시즌 내내 줄부상으로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투수들의 부상이 늘어나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연구 조사에 나섰다. 1년 동안 구단 관계자, 코치, 트레이너, 의사 등 200명을 면담 조사했고, 여러가지 데이터를 검토해 만든 63쪽짜리 보고서가 18일 공개됐다.
메이저리그 투수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투수 부상의 가장 큰 이유는 ‘구속’과 ‘결정구’라는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 2008년 메이저리그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1.3마일(약 147㎞)였는데, 2024시즌에는 94.2마일(약 151.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포심 뿐만 아니라 투수들이 주무기로 쓰는 ‘결정구’의 구속도 증가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한 구단 관계자는 “요즘에는 87마일(140㎞)짜리 슬라이더가 흔하다”고 전했다.
과거 팔꿈치 부상 우려 때문에 ‘봉인’됐던 스플리터도 최근에는 유행하는 중이다. 수평 움직임이 증가해 투수들이 많이 쓰는 ‘스위퍼’ 역시 강하게 던질수록 팔꿈치 부담을 키운다. 보고서는 “투수들은 약한 타구를 만들기보다 헛스윙을 유도하는 투구가 더 승리에 효과적이라는 각 구단의 전략에 따라 모든 구종을 최대의 힘을 들여 던지고 있다”며 “이런 투구 스타일이 부상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투구 전략이 인기를 끌면서 학생 야구 레벨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강화되는 바람에 부상이 커진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투구 전략의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 라고 표현했다.
보고서는 투수의 부상이 스프링캠프에서 특히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사에 따르면 투수들이 ‘토미 존 수술’을 결정하는 시점은 최근 들어 스프링캠프에서 급격하게 늘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글렌 플레식 박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보다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현상’은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만드는데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보고서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비시즌 기간 동안 투수들의 준비 상황, 평소 훈련 스타일, 투수들의 피로도 체크 등과 함께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부상 현황 등에 대한 추가 연구 조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