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소득 계층이 상승한 국민이 10명 중 2명도 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소득층과 빈곤층에서 소득 계층이 바뀌는 비율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양극화가 공고해지고 있다. 소득 상위 20%에 진입하는 비율은 3%대에 그쳤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17∼2022년 소득이동 통계 개발 결과’를 보면 소득 분위가 전년과 비교해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 비율을 뜻하는 소득 이동성은 34.9%였다. 이 가운데 계층이 상승한 사람은 17.6%, 하락한 사람은 17.4%로 상향 이동이 소폭 많았다. 나머지 65.1%는 전년과 같은 소득 분위에 머물렀다.
2019→2020년 35.8%였던 소득 분위 이동성은 2020→2021년 35.0%로 하락세다. 그만큼 사회계층 이동성이 정체되고 있다는 의미다.
고소득자인 5분위(소득 상위 20%)의 소득 유지 비율이 86.0%로 가장 높았다. 5분위 소득자 10명 중 9명 가량이 이듬해에도 계층이 바뀔 만큼 소득이 줄어들진 않았다는 뜻이다. 소득 5분위 계층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이 이듬해 소득 5분위에 속한 비율은 3.5%에 불과할 정도로 고소득층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빈곤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의 소득분위 유지 비율은 69.1%로 5분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빈곤층인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 10명 중 7명이 이듬해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같은 계층에 머물렀다는 뜻이다.
특히 1분위를 유지하는 비율은 2017→2018년 68.1%를 기록한 이후, 2020년 한 해를 제외하고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빈곤층에서 탈출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소득 1분위에 벗어나는 기간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노년층보다는 청년층이 빨랐다. 2017년 소득 1분위에 속한 사람 중 2022년까지 1분위에 머무는 비율은 여자(35.0%)가 남자(26.1%)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2%)이 가장 낮고, 중장년층(38.6%), 노년층(80.6%) 순으로 높았다.
코로나19 충격, 65세 이상 여성에 집중
성별로 보면 2022년 기준, 여성의 소득 이동 비율(36.0%)은 남자(34.0%)보다 높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소득 상·하향 이동 비율 모두 높았다.
그러나 2019→2020년에 한정하면 65세 이상 여성 소득 하향 비율은 전년 대비 1.1%포인트 늘어난 반면, 소득 상향 비율은 1.1%포인트 줄어드는 등 소득 상황이 악화됐다. 같은 연령대 남성 소득 하향비율은 1.2%포인트 줄고, 상향이동은 0.1%포인트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최바울 통계청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충격이 65세 이상 여성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대별 소득 이동 비율은 청년층(15∼39세)이 41.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중장년층(40∼64세·32.2%), 노년층(65세 이상·25.7%) 순이었다. 청년층은 상향 이동 비율(23.0%)이 하향 이동 비율(18.0%)보다 높았고, 노년층·중장년층은 하향 이동 비율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소득분위 유지 비율은 노년층의 경우 2022년 1분위가 39.8%로 가장 높았다. 가난한 노년층일수록 빈곤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번 통계는 사회 이동성 개선과 취약계층 지원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처음 작성됐다. 통계청은 “가계금융복지조사가 특정 시점의 소득분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횡단 통계라면, 소득이동 통계는 수 년간 같은 표본을 분석해 사회 이동성을 파악하는 종단 자료”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이번 통계를 위해 국세청 소득자료(근로·사업) 등 데이터를 결합해 표본 1100만명 패널 형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