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곳곳 쌓인 자재...대피로 막아 인명피해 키웠나

2025-02-14

14일 화재가 발생한 부산 신축 호텔 공사장 내부에는 인테리어 자재가 곳곳에 쌓여 인부들의 대피로를 막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공사장 내부에 적재된 인테리어 자재가 대피로 막은 것으로 추정

부산소방본부 홍문식 기장소방서장은 이날 오후 4시 열린 2차 현장 브리핑에서 “건물 전체에 인테리어 자재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며 “화재가 발생하자 내부에 있던 인부들이 대피하려 했지만, 장애물이 발생해서 대피로를 찾지 못했고, 순간 방향 감각을 잃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이 이날 오전 10시 51분 화재 신고 접수 후 현장에 도착했을 때 화재는 이미 최승기 단계였다고 한다. 최승기는 급속하게 시작된 연소가 가장 활발한 단계를 의미한다. 불이 난 호텔은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B동에서 시작된 화염은 C동으로 번지고 있었다고 한다. 화염으로 인해 1층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인부 14명은 옥상으로 대피시켜 헬기로 구조했다.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 공사장 내부에는 벽에 부착된 인테리어 자재를 비롯해 바닥에 쌓여 있는 자재도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피난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도 있었던 것으로 현장 조사 결과 확인됐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다 보니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할 때 자재를 바닥에 쌓아두고 공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소방점검 나갈 때마다 인부들에게 자재를 쌓아두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잘 따라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공사장 내부서 용접 작업…스프링쿨러 정상 작동 연소 역부족

공사장 내부에는 용접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홍 서장은 “공사장 내부에 용접 기구가 있었고, 이것이 화재 원인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자재 가운데 가연성 물질이 많은데 작은 불똥이 옮겨붙으면 삽시간에 연소가 일어난다는 게 소방 관계자의 전언이다.

공사장 내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와 경보시설은 화재 발생 당시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한다. 홍 서장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불길을 끄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는 대낮인데도 공사장 내부는 컴컴해 대피로를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홍 서장은 “조명시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재 당시 내부가 어두웠던 건 확실하다”며 “대피로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생한 화재로 6명이 사망했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산=이은지·김민주·안대훈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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