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높아도 증상 없다? 산모·태아에게 치명적인 임신성 고혈압

2024-10-21

임신 중 혈압 관리

임신 중에 발병하는 임신중독증(전자간증)은 대표적인 고위험 임신성 질환이다. 임신 20주 이후 산모라면 누구에게나, 어느 때나 발생할 수 있다. 임신중독증은 임신 중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 중 하나다. 여성은 나이에 따라 임신 중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첫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신중독증 같은 고위험 임신성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고혈압 팩트시트 2021에 따르면 최근 10년 내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다.

중증 임신성 고혈압 질환인 임신중독증은 출혈, 색전증과 함께 산부인과 진료에서 가장 주의깊게 살피는 3대 산모 합병증이다. 임신 중 혈압이 높아지면 산모는 전신 경련, 혈액 응고 등으로 장기가 손상되고 태아도 태반이 조기 박리돼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태에서 태어날 수 있다. 원광대 산본병원 순환기내과 이은미(대한고혈압학회 부회장) 교수에게 임신 중 발생한 고혈압 관리에 대해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Check 1. 임신 중 발생한 고혈압은 일시적인 증상이라 출산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원인에 따라 다르다. 임신 중 발생한 고혈압은 임신 기간 중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경우로 정의한다. 임신 중 발생한 고혈압은 크게 임신 20주를 기점으로 ①그 이전부터 혈압이 높은 만성 고혈압 ②임신 20주 이후 고혈압이 나타난 임신성 고혈압 ③임신 20주 이후 고혈압이 생겼고 단백뇨를 동반한 중증 임신성 고혈압인 전자간증 ④만성 고혈압에 전자간증이 발병한 만성 고혈압과 전자간증 중첩으로 구분한다.

임신 중 발생한 고혈압이 임신 20주 이후에 새롭게 발생한 경우라면 분만 6주 이내 혈압이 정상화한다. 임신으로 초래된 고혈압인 만큼 출산으로 임신이 종결되면 나아진다. 만약 분만 6주 이후에도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다면 임신성 고혈압이 아닌 만성 고혈압을 의심한다. 기억할 점은 고혈압으로 혈압이 높아도 몸에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어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임신 20주 이전에 이미 고혈압이었어도 별다른 징후가 없어 알지 못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만성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분만 후에도 지속적인 혈압 관리와 적극적인 생활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유럽심장학회에서는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임신 중 고혈압 산모는 분만 후 6~12주, 6개월, 12개월, 이후에는 1년마다 혈압 측정, 소변검사 등을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한다.

Check 2. 임신 중 혈압이 높더라도 경증이면 약물치료는 최대한 피하고 운동·식사 등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관리한다

X좋은 생활 습관은 고혈압약 한 개 정도의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 그런데 생활 습관은 지속해서 유지하기 까다롭고 효과 측면에서 목표 혈압까지 낮추기 어려울 수 있다. 임신 중 고혈압은 임부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으로 이후 고혈압이 진행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중증 임신성 고혈압인 전자간증은 심뇌혈관 질환의 조기 발생 위험 인자다. 허혈성 심 질환, 뇌졸중, 정맥 혈전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고 지속적인 고혈압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4배 더 높다. 태아 역시 자궁 내 발육 지연, 저체중, 조산, 자궁 내 태아 사망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임신 중이라도 약물치료는 필요하다. 임신 중 고혈압은 약물치료로 인한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만 많은 약물은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 이행되므로 임산부에 대한 안전한 약물의 선택과 사용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최근 발표된 CHAP(Treatment for mild chronic hypertension during pregnancy)연구를 통해 임신 중 발생한 경증 고혈압도 약물치료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생활 습관 개선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전자간증 등 중증 급성 고혈압으로 치솟는 혈압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임부에게서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Check 3. 초산모 연령이 높을수록 임신성 고혈압 발생 위험이 크다

O 그렇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연구팀이 초산모 연령과 임신성 고혈압 등 임신 합병증 발생 위험에 대한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고위험 임신의 기준이 되는 35세 이상 초산모는 2005년 18.15%에서 2019년 38.42%로 늘었다. 특히 임신성 고혈압 발생률은 25세 이하에서 2.5%였지만 44세 이상에서는 10.2%로 4배가량 높았다. 초산모 연령 증가에 따라 임신성 고혈압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성을 확인한 것이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시기가 늦춰지면 그에 따른 임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좋다.

Check 4. 임신부 안전성이 확인된 고혈압 약이 따로 있다

O모든 고혈압 치료제를 임신부에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염분과 수분을 축적하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RAAS)에 작용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기전의 고혈압 치료제는 임신부·태아 사용에 대한 안전성이 확립돼 있지 않아 금기로 분류한다.

임신했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가임기 여성에게 우선 고려되는 약제는 칼슘채널차단제(CCB), 알파 차단제, 베타차단제 등이다. 수유기 고혈압 치료에도 임신 중 고혈압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최근 CCB계열의 고혈압 치료제인 암로디핀 성분은 CHAP 연구 등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가임기 여성이나 임신 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사항이 변경됐다.

유럽심장학회 고혈압 지침에서는 메토프롤롤·비소프롤롤·암로디핀·펠로디핀·니트렌디핀·이스라디핀을 임신 중 여성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임신 중 여성에게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고혈압 치료제는 니페디핀·암로디핀 두 성분뿐이다. 메틸도파 성분은 국내 도입되지 않았고 라베타롤은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히드랄라진은 올해 공급처 생산 중단 이슈로 사용이 어렵다.

Check 5. 초산으로 임신 중 두통이 있거나 시야가 흐릿해지면 혈압을 살펴야 한다

O산모와 태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임신중독증을 의심하는 증상은 다양하다. ▶심한 두통이 지속하거나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눈앞이 번쩍하는 시각 장애가 생기거나 ▶다리가 퉁퉁 붓는 부종이 생기거나 ▶오른쪽 윗배가 꼬집듯이 아프거나 ▶체중이 일주일에 2~3㎏ 이상 급격히 증가하기도 한다. 임신중독증 의심 징후 중 하나라도 느껴진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임신 증상과 비슷해 감별이 어렵지만, 혈액검사(sFIt-1/PIGF검사) 등으로 임신중독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임신중독증은 질병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경증이어도 며칠 새 경증에서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임신중독증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대비해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위험군은 ▶초산(첫 임신) ▶만 35세 이상 고령 임신 ▶다태(쌍둥이) 임신 ▶이전 임신에서 임신중독증 과거력이 있을 때다.

Check 6. 임신중독증이라도 출산 예정일에 맞춰 분만하는 것이 유리하다

X 임신중독증은 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위중하다. 근본적인 치료는 분만이다. 중증 임신중독증으로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데 출산 예정일까지 기다리기보다 재태주수가 34주를 경과했다면 즉시 분만을 고려한다. 조산으로 분만하더라도 34주 이후에 태어난 경우엔 비교적 건강한 경우가 많다. 더 키워보겠다고 임신을 유지하면 오히려 임신중독증이 지속해 산모와 태아의 상태가 위험할 수 있다.

Check 7. 임신 중 고혈압 치료 목표는 일반 고혈압보다 느슨하다

O 그렇다. 최근의 고혈압 치료 트렌드는 혈압이 낮을수록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유리하다고 본다. 주요 국제 학회를 중심으로 고혈압 치료 목표가 강화되는 추세다. 올해 업데이트된 유럽심장학회(ESC)에서는 고혈압 치료 목표를 120/70mmHg까지 낮췄다. 특히 미국심장학회는 고혈압 치료 목표를 130/80mmHg로 더 앞서 조정했다. 국내에서는 합병증이 없는 경우에는 혈압을 140/90mmHg로 유지하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한다.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이 있다면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혈압을 조절할 것을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임신 중일 경우에는 치료 목표를 140/90mmHg을 넘기지 않도록 느슨하게 적용한다. 다만 이 수준을 넘기면 산모·태아 모두가 위험할 수 있어 주의한다. 치료 목표는 느슨하지만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경증의 임신성 고혈압 환자 24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CHAP연구는 적극적 치료군(약물치료로 〈140/90mmHg 유지)에서 ≥160/105mmHg 이상의 중증 고혈압 시에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대조군보다 전자간증, 태반조기박리, 조산, 신생아 사망 등 일차종말점의 발생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적었으며 저체중아 발생률 증가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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