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별 달고 거들먹, 돈 어디썼나” 군 비판하며 국방개혁 열변

2025-04-15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임기 후반 들어 노무현의 행사 연설이 언론의 머리기사로 등장하는 경우가 자주 생겼다. 묵혀 왔던 불만을 폭발시키는 바람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국방개혁도 그중 하나였다. 말투부터 격했다.

근 20년 동안 우리가 북한 국방비의 수십 배를 쓰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그 많은 돈을 다 어디다 쓴 겁니까. 과거 국방장관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직무유기한 것 아닙니까. (…) 미국에 매달려서,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만 믿겠다’ 이런 것이 자주국가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가 있겠습니까(2006년 12월, 민주평통자문회의).

노 대통령, 격한 어조로 군 비판

대통령의 어법이 아니었다. 2002년 대선 유세를 방불케 했다. 준비된 원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당초 20분가량의 인사말로 예상했던 것인데, 1시간20분 동안이나 열변을 토했다. 국방개혁의 차원을 넘어 민감한 사안인 작전통제권까지 거론했다.

여태까지 군에 대한 대통령의 연설은 훈시와 격려가 보통이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처럼 화통한 연설이 따로 없었다. 국방장관이 직무유기였다니. 별을 달고 거들먹거리기나 하는 수치를 모르는 집단으로 군을 몰아세웠으니. 그것도 대통령이 공식 석상을 통해.

얼떨결에 호되게 한 방 맞은 군(軍)은 어안이 벙벙했다.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직설적인 질타를 당해 본 일이 없었던 터였다. 당장 전직 국방장관들을 포함한 역대 군 수뇌부 73명이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예비역 장성들 반발 성명도

참여정부의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인사들도 포함돼 있었다. 여권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이 너무 나갔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어찌해서 이처럼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집권 초기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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