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에선 경영자 책임을 대폭 줄이는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은 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경영자의 손해배상 리스크를 줄였다는 것이다.
12일 권용수 건국대 교수가 발표한 ‘기업 수익성 강화를 위한 일본의 회사법 개정 방향과 우리나라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업무집행이사와 집행임원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책임한정계약 체결을 허용했다. 해당 보고서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올해 1월 발표한 ‘수익성 강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연구회 회사법 개정에 관한 보고서’를 번역 연구한 것이다.
책임한정계약은 회사에 부담하는 임무해태책임을 사전에 일정 금액 한도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회사법은 이사가 악의나 중과실이 없더라도 업무상 책임을 물었다. 이에 경영자들이 혁신적인 시도나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개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주주 보호를 넘어 기업의 ‘수익성’과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손해배상 리스크를 줄이고 혁신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패가 두려워 창의적인 시도를 포기하면 결국 주주와 국가 경제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권 교수는 “일반 회사법 개정 방향은 주주, 투자자 보호뿐만 아니라 기업 수익성 강화에도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복잡한 경영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경영자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춘 상장협 정책1본부장은 “최근 우리나라는 주주 권익만 강조한 옥상옥 규제로 경영자들이 위험 감수를 주저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주주보호와 성장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