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12일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 발표
가업상속공제 300억~600억원 공제 유지
與 600억→1200억 주장…野 반발에 무산
"기업 해외 이전 역효과" vs "세금 거의 없어"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기존 300억~6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여당은 공제 한도를 1200억원으로 확대하자고 줄곧 요구해 왔지만, 결국 야당 반발에 무산됐다.
기획재정부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적용한다. 이를 상속인들이 취득한 각 상속 재산별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 도입 방안의 핵심이다.
◆ 가업상속공제 '최대 600억' 한도 유지…사후 요건 미충족 시 세금 부과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물적공제 중 하나인 가업상속공제는 현행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금융재산과 동거주택 등 다른 물적공제도 기존 혜택이 유지된다.
물적공제는 피상속인이 보유한 재산의 '특성'에 기반한 공제를 말한다. 가업과 영농, 금융, 동거주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중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경우,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100%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는 취지다.
피상속인의 경영 기간이 10~20년이면 300억원, 20~30년이면 400억원까지 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다. 30년 이상일 경우에는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의 경영 기간 외에도 다른 적용 요건들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자산총액이 5000억원 미만이어야 하고, 중견기업은 사업연도의 매출액 평균금액이 5000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피상속인은 지분 40%(상장법인 2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해 보유해야 한다. 또 가업 영위기간의 50% 이상을 대표이사로써 재직해야 한다.
상속인은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상속 개시일 전에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단 피상속인이 65세 이전에 사망했거나 천재지변 등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예외를 둔다. 상속인은 신고기한부터 2년 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한다.
이같은 적용 요건을 충족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더라도 사후 의무 요건을 지키지 못할 시에는 상속세가 부과된다. 사후 관리 기간은 5년으로, 상속인은 이 기간 동안 가업에 종사하면서 본인의 지분을 유지해야 한다. 가업용 자산의 40% 이상을 처분할 수 없고, 1년 이상 휴업·폐업할 수도 없다. 업종 변경도 불가능하다.

◆ 여당 "한도 1200억 확대" 주장…야당 "졸속 추진 불가능" 반대 고수
상속세 개편 논의가 시작된 이후 여당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야당은 그동안 가업상속공제 혜택이 빠르게 늘어났다며,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결국 현행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당은 가업상속공제가 현장에서 체감되는 정도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이 많지 않은 데다 최대 600억원인 공제 한도도 중소·중견기업들이 세부담 완화를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업 승계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 내 대분류 21개 중 16개 업종이다. 구체적으로 ▲농업·임업·어업 ▲광업 ▲제조업 ▲건설업 ▲도매·소매업 ▲운수업 ▲숙박·음식점업 등이 해당한다. 대분류에 속한 업종 중에서도 일부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현행 제도상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는 업종이 한정돼 있어 일정 기간 가업을 영위해 왔음에도 기업 승계 시 가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또 동종·유사 사업을 영위했음에도 산업분류코드에 따라 대상 인정 여부가 달라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중견기업연합회는 "기업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 업종을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으로 인정하고, 제외 업종만 별도로 규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현행 최대 600억원인 한도를 1200억원까지 늘리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정책 효과 분석 없이 졸속으로 추진할 수 없다며 강경한 반대 의사를 고수 중이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한도 1200억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세법 개정안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동력을 잃었다.
이를 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핌> 이슈터미네이터 방송에 출연해 "가업 상속 문제 때문에 외국으로 회사를 옮긴다든지 기업을 팔아버린다든지 하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27년 동안 개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손을 봐야 한다. 전체적으로 감세 기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자리에서 국회 기재위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가업 승계에 대해 최대 600억원까지 공제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소상공인들의 가업 승계에는 세금이 거의 매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데에 상속세 부담이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