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 차리고 도장 찍는데 단 나흘…‘평생 호랑이’로 남는 KIA 양현종

2025-12-04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마친 양현종(37)의 목소리는 너무 담담했다. “저도 떠난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봐서 오히려 별 감흥이 없다”고 웃었다. ‘원 클럽 맨’ 양현종에게 KIA에 남는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21세기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투수 양현종이 KIA와 동행을 택했다. KIA에서 데뷔해, KIA에서 은퇴하겠다는 게 양현종의 오랜 꿈이었다. 구단 역사상 3번째 영구결번의 문도 활짝 열렸다. FA계약만 이번이 세번째다. 전부 KIA 잔류를 택했다. 대형 이적이 줄 잇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양현종은 그만의 행보를 이어갔다.

양현종은 4일 KIA와 2+1년 간 인센티브 포함 최대 45억원에 원소속구단 KIA와 계약했다. 계약금은 10억원이다. 옵션으로 남긴 1년까지 모두 채우면 만 40세까지 KIA 유니폼을 입는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보낸 1년(2021년)을 제외하고 오로지 KIA에서만 21시즌을 뛰게 된다.

세번째 FA도 잔류 선택한 에이스

“떠난다 생각 안해서 감흥 無” 소감

선동열·이종범 이은 영구결번 예약

좀처럼 진척 없어 보이던 협상은 시동을 걸자 급물살을 탔다. 지난달 30일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꾸렸고 이날 사실상 처음으로 제시액이 나왔다. 한 차례 수정 작업을 거쳐 3일 밤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불과 나흘 사이 협상이 완료됐다.

KIA는 어떻게든 양현종을 잡으려 했다. KIA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며 양현종이 남긴 성과가 그만큼 크다. KIA는 양현종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계약 조건을 고민했고 협상이 늦게 시작됐다.

양현종은 시종일관 KIA만 생각했다. 도장도 빠르게 찍었다. 온갖 헛소문이 돌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옵션 등 세부 사항을 놓고 조율했을 뿐 협상이 일단 시작된 이후로는 통상적인 줄다리기나 흥정은 없었다.

양현종은 이날 계약을 마친 뒤 통화에서 “올해 저희 성적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 내년은 어느 때보다 독하게 준비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을 향해서도 “지난해 우승하고 올해는 가을 야구도 못 갔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내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다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찬호, 최형우를 모두 놓쳐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KIA는 더욱 더 놓쳐서는 안 되는 선수였던 양현종만은 붙잡는 데 성공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금액은 협상 시작하고 초반부터 합의점에 거의 이르렀고, 세부 조율에서 조금 시간이 걸렸다”면서 “양현종은 구단이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 내년에도 선발 구심점으로, 팀의 리더로서 꾸준히 역할을 잘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양현종은 KIA를 넘어 KBO리그의 역사를 써온 투수다. 이날 계약을 통해 앞으로도 그 역사는 계속 이어진다.

양현종은 올해까지 18시즌 통산 543경기(선발 442경기)에 나가 2656.2이닝 동안 186승 127패 2185탈삼진 평균자책 3.90을 기록 중이다. 이닝과 다승은 은퇴한 송진우(3003이닝·210승)에 이어 역대 2위다. 양현종이 꾸준히 기량을 유지한다면 2개 부문 모두 역대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탈삼진은 지난해 이미 송진우를 넘어 역대 1위에 등극했다.

KIA 유니폼을 다시 입으면서 양현종은 은퇴할 때까지 한 유니폼만 입을 가능성이 거의 굳어졌다. 선동열과 이종범에 이은 KIA 역사상 3번째 영구결번도 사실상 예약이다. 언제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기아챔피언스필드 한편에 내걸린 선동열의 18번과 이종범의 7번 곁에 양현종의 54번이 나란히 붙는 순간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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