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추진 쇄빙선 ‘야쿠티아’ 활동 개시
잦은 연료 보충 필요 없어 장기 임무 가능
아시아·유럽 연결 길 지배력 높이려는 복안
총 8척 보유…향후 17척까지 늘릴 계획
러시아가 최신 원자력 추진 쇄빙선 ‘야쿠티아’를 임무에 투입했다. 야쿠티아는 길이가 172m에 이르는 대형 쇄빙선이다. 러시아는 원자력 추진 쇄빙선을 현재 8척에서 2030년 17척으로 늘려 북극 항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북극 항로에 대한 접근성 강화라는 시각이 나오는 가운데 러시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초 과학기술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은 러시아 국영원자력공사(로사톰)가 지난달 말 원자력 추진 쇄빙선 야쿠티아에 자국 국기를 최초로 게양하는 행사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국기 게양은 해당 선박의 국적을 공식화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임무 투입을 뜻한다.
러시아가 자국에서 자체 건조한 야쿠티아는 큰 크기만큼 선박 앞에 놓인 두께 3m짜리 얼음을 깰 수 있다. 선박의 덩치를 뜻하는 배수량은 3만3000t급이다. 2020년 임무에 투입된 세계 최대 쇄빙선 ‘아르크티카’와 같은 규모다.
동력은 175㎿(메가와트)급 원자로 2기에서 얻는다. 쇄빙선이 원자로에서 동력을 얻으면 장기간 바다에 떠 있을 수 있다. 선원들을 위한 식량 등 적절한 보급만 이어진다면 수년간 연료를 보충하지 않고도 임무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항구가 드문 북극에서 활동하는 쇄빙선에 잘 맞는 동력 체계다. 로사톰은 “(야쿠티아 임무 투입으로 러시아는) 원자력 추진 쇄빙선 8척을 보유하게 됐다”며 “2030년까지 17척으로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 추진 쇄빙선은 세계에서 러시아만 운영한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북극 항로 관리를 국가적 관점에서 중요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원자력 추진 쇄빙선 같은 전략 기술을 투입하고 있다.
로사톰은 “2024년 한 해 동안 북극 항로를 거친 화물이 사상 최대인 3800만t을 기록했다”며 “물류량을 더 늘리기 위해 새로운 원자력 쇄빙선을 건조하고 다양한 기반 시설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두고 연일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을 두고 북극 항로 요충지로 그린란드가 각광받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전망이 미국 현지에서 나온다. 향후 쇄빙선 추가 건조에 나설 러시아에 미국이 어떤 태도로 대응할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