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면 '1천만뷰' 찍는 치어리더…화려함 뒤에는 구슬땀

2025-05-03

국가대표 출신 치어리더 문은비씨, 치어리딩 활성화 주력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의 어느 봄날.

평범한 젊은 연인인 줄만 알았는데 남성이 여자친구의 허리를 잡더니 순식간에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다.

여자친구도 당황하지 않고 남성의 손바닥 위에 오른 뒤 균형을 잃지 않으며 오히려 셀카를 찍는 여유를 부린다.

벚꽃 구경하러 공원에 온 상춘객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퍼포먼스에 환호하며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스턴트치어리더 문은비(28)씨가 남자친구 오태윤(28)씨와 함께 개인 SNS에 올리는 이런 숏폼 영상은 1천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치어리딩 국가대표 출신인 이 커플이 30초짜리 영상 속에서 선보이는 동작은 언뜻 간단해 보여도 평소 엄청난 연습과 훈련을 거쳐 완성된 고난도 치어리딩 기술이다.

문씨는 현재 국내 프로농구팀 치어리더로 활동하면서도 동료들과의 스턴트치어리딩 연습과 함께 개인 근력운동을 거의 매일 반복한다.

3m 높이에서 이뤄지는 기술이다 보니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2019년에는 훈련 중 바닥으로 떨어지며 허리를 크게 다쳐 6개월간 치어리딩을 쉬어야만 했다.

"의사 선생님은 하반신 마비가 올 수도 있다고 했지만, 치어리딩을 포기하긴 싫었어요. 치료와 재활을 거쳐 6개월 지났을 때 체육관으로 다시 가서 남자 동료에게 얘기했죠. '나 감을 잊은 거 같은데 한 번만 다시 던져줘'라고요."

부상을 딛고 치어리딩 일을 다시 했지만, 워낙 몸을 던지는 동작이 많다 보니 다리에 피멍이 가실 날이 없는 건 지금도 비슷하다.

문씨는 고교 재학 시절 대한치어리딩협회 간부였던 체육 교사의 권유로 치어리딩에 입문한 후 2020∼2021년에는 치어리딩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2021년에는 세계치어리딩 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며 동료 선수들과 함께 한국 대표팀 최초로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문씨는 현재는 치어리딩 확산을 위해 시간을 쪼개 쓰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치어리딩협회장을 맡고 있는 문씨는 프로농구 치어리더 활동 시간 외에는 인천을 중심으로 8개 학교를 돌며 치어리딩 동아리 지도교사, 방과 후 프로그램 강사로 일하고 있다.

"스턴트치어리딩은 서로 간에 동작의 합을 맞춰가야 해서 아이들의 협동심을 키우는 데 좋은 운동이에요. 계속 소통을 해야 하는 운동이어서 소심했던 아이들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치어리딩은 양손에 수술을 들고 하는 팜댄스치어리딩, 대학 응원단이 주로 하는 액션치어리딩, 그리고 고난도 동작이 수반되는 스턴트치어리딩 등 크게 3개 종류로 나뉘는데 국내의 치어리딩 인프라는 취약한 실정이다.

하나의 스포츠 종목이라기보다는 '응원'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치어리딩을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는 시설이나 선수층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씨는 그래서 앞으로도 치어리딩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활동할 계획이다.

"벚꽃 아래서 스턴트치어리딩 시연을 하면 서커스 하냐고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치어리딩을 알리고 싶어요. 더 많은 학생이 재미있게 치어리딩을 접할 수 있도록 학교도 더 많이 찾아가려고 합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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