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당한 SKT '유심 무상 교체' 발표했지만 "이미 물량 부족"

2025-04-25

[비즈한국] 고객 유심(가입자 식별 장치) 유출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이 전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한다. 불법 복제 가능성 등이 거론되며 고객 우려가 커지자 ‘유심보호서비스’에 이은 추가 대응책을 마련해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는 25일 “모든 이용 고객 대상으로 원하는 경우 유심 카드를 무료로 교체하는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시행 초기 매장별 수급 상황과 대기 인원에 따라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무상 조치 발표 이전부터 일부 매장에서는 재고가 소진돼 자비로 부담하려는 고객들도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SK텔레콤​도 교체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매장 방문 시 예약을 통해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소진 또 소진” 일부 직영점 28일 교체 서비스 재개

서울 중구의 한 SK텔레콤 PS&M 직영 매장은 유심을 교체하러 방문하는 고객들을 며칠째 돌려보내고 있다. 물량이 매일 들어오지만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당일에 들어온 유심은 점심쯤 동이 난다. 지난 24일 오후 6시 직장인 A 씨(32)도 퇴근 직후 매장을 찾았지만, 다음날 오전에 물량 100개가 확보되니 다시 방문해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A 씨는 “내일은 가능하냐고 묻자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휴대폰에 금융 앱도 많고 불안한 마음에 돈을 주고서라도 서둘러 교체하려고 하는데 재차 방문해야 하니 번거롭게 됐다”고 말했다.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 이 매장은 25일에 새로 들어온 재고가 정오 무렵 모두 소진됐다. 이날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서비스를 포함한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교체 수요가 더욱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자비로 유심을 바꾼 고객에게도 비용을 돌려주기로 했다.

이 매장처럼 매일 조금씩이라도 물량이 입고되는 매장은 비교적 상황이 낫다. 일부 매장들은 무상 조치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오는 28일부터 교체서비스를 재개할 전망이다. 마포구에 위치한 세 곳의 PS&M 매장은 25일 오후 1시 기준 사실상 모든 재고가 소진된 상태다.

대규모 해킹 사태 후 정보 유출과 SK텔레콤​의 대응을 두고 고객들이 불만을 드러냈지만, 일선 매장들은 구체적인 사후 조치 내용이나 유심 무상 교체 여부 등을 명확히 전달하기 어려워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마포구의 한 매장은 “재고가 극소량 남아있지만 앞서 방문했던 고객들에게 먼저 제공해야 한다”라며 “무상 서비스 첫날 개점 시간에 방문하면 교체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주말 동안 재고 수급과 예약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각 매장마다 재고 규모가 다르다. 기존 창고 보유분에 더해 수급 계획에 따라 제조사로부터 확보한 물량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예약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통망 교육 등을 시행해 차질 없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기 발생 시 교체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유심보호서비스는 내 단말기와 유심이 아닌 다른 기기, 복제 유심으로 기기 변경을 시도하는 행위를 모두 막을 수 있다. 중앙 시스템에서 모니터링하는 FDS 역시 강력한 서비스로, 문제 상황을 정확하게 차단하고 있다”고 했다.

#‘만만한 작업’ 아닌 ‘전 고객 유심 교체’

SK텔레콤은 해킹 정황을 인지한 지 일주일 만에 유영상 대표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유심 무상 교체 조치를 발표했다. 유심보호서비스(복제·탈취한 유심 정보를 이용해 다른 기기에서 통신망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서비스) 가입을 권장하고 비정상인증시도(FDS) 차단 기준을 격상한 데 이은 대응책이다. 정보 유출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조치는 아니지만 대규모 비용의 집행을 전제한 첫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의 휴대폰 회선 수는 약 2273만 명이다. SK텔레콤의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회선(187만 명)까지 포함하면 유심 교체(1기당 7700원)에 투입되는 돈은 최대 1894억 원 규모다. 이는 단순 계산에 따른 수치로, 3000원 안팎 수준으로 알려진 유심 원가와 희망 고객에 한해 서비스가 지원되는 걸 고려하면 실제 투입 재원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대표는 25일 서울 중구 사옥에서 열린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관련 설명회’에서 “고객의 소중한 정보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저를 비롯한 SK텔레콤 임직원 모두가 깊은 유감과 책임을 느낀다”며 거듭 사과했다.

앞서 SK텔레콤은 19일 오후 11시 40분께 해커에 의한 악성 코드로 이용자 유심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유출 정보는 가입자별 유심을 식별하는 고유식별번호다. 유출된 유심 정보로 불법 복제폰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아예 새 유심으로 갈아 끼워 불안 요인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명예교수는 “기술적 측면에서 근본적인 조치를 꺼내들었다고 평가한다”면서 “신원 확인 등 절차가 원칙대로 이뤄져야 하고 지방, 노인층 등 정보격차까지도 고려한 적절하고 꼼꼼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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