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의 포스기 사용을 놓고 입점업체와 홈플러스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자체 포스기를 쓴 입점업체에 매출금 입금을 지속적으로 독촉하면서다. 영세한 업체들은 가뜩이나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매출이 하락한 데다, 홈플러스의 압박까지 거세지고 있다며 이중고를 토로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입점업체 40여 곳은 22일 홈플러스로부터 내용증명(공문)을 받았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이후 홈플러스 본사 포스기 대신 자체 포스기를 사용하는 곳이다. 홈플러스로부터 내용증명을 받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입점업체에 본사 포스기를 사용하게 한 뒤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임차료로 뗀 후 나머지를 돌려주는 사후 정산 방식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정산금을 떼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부터 일부 입점업체들은 자체 포스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홈플러스가 3월 매출금을 확보하지 못 하게 되자 업체들에게 매출 입금을 독촉하는 것이다. 최근 한 점주가 받은 내용증명은 “자체 단말기 사용으로 인해 매출 누락이 발생해 당사(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조기 종료를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판매대금의 원활한 정산 및 지급을 위해 4월 25일까지 매출대금을 입금해주길 요청드린다”고 명시했다.
두 차례 내용증명을 받은 입점업체들은 홈플러스가 영세한 업체에 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아가방, 에잇세컨즈, 쉬즈미스 등의 브랜드 입점사에 대해서는 자체 포스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영세 업체에는 자체 포스기를 사용하려면 계약을 변경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추가로 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홈플러스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임대점주는 “홈플러스로부터 계약을 변경하려면 월별 최소 개런티하는 보증금의 12개월 치를 기존 보증금 외에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홈플러스가 당장 6월에도 영업을 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어떻게 추가로 내느냐”고 말했다.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입점업체들의 매출 하락도 본격화되고 있다. 할인행사가 계속 진행 중이지만 홈플러스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급감한 탓이다. 경기도의 한 홈플러스에 입점한 A 카페는 최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홈플러스 포스기 사용은 원활하고 투명한 정산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점주에게 계약사항에 대한 이행을 요청하고 있다”며 “정산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입점업체들의 다양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