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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불참하기로 했다. 기재부 장관이 G20 재무장관회의에 불참한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기재부가 출범한 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7일 “최근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참여가 어렵다는 실무진의 건의가 있었고 최 권한대행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김범석 기재부 1차관과 윤인대 차관보 등 실무진 10여 명이 대신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 권한대행은 4월 말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는 가급적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최 권한대행에게 G20 재무장관회의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행사다. 이 자리에서 미국 등 주요국 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과 소통하면서 세계경제 동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이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최 권한대행은 이날 하루에만도 경제·외교·안보 등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공식 일정에 일일이 참석했다. 시간순대로 보면 이날 오전 7시 30분에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주재한 뒤 오후에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찾아 군사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2개월 넘게 국방장관 공석이 이어지면서 군 지휘부 공백뿐 아니라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자 최 권한대행이 군 통수권자로서 군사 점검 회의까지 주재한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군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공식 일정 중간중간에 이어지는 각종 보고와 면담까지 포함하면 수십여 가지의 업무를 동시에 처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 권한대행이 해외 정상외교를 소화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해외로 출국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 수장이자 최고 국정 책임자가 관세·고유가·고환율 등 산적한 경제 의제에 대해 주요국과 적극적인 정상외교를 펼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장관과의 회담 무산은 국내 입지와 발언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0월 최 부총리는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가토 장관과 면담하고 한미일 재무장관회의를 올해도 계속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정치적 불확싱성 확대로 연내 3국 재무장관회의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이와 함께 최 권한대행이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적극적 외교 행보의 필요성을 더한다. 한미 정상 간의 직통 전화(핫라인)는 1978년 11월 박정희 대통령 시절 도입된 후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미 대통령 취임 직후 1~14일 이내에 통화를 했었지만 이번에는 보름 넘게 통화가 지연되면서 최장기 지연 사례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상외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교적 신뢰도가 저하될 가능성이 있으며 국제 경제 및 외교 무대에서의 한국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도 2016년에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이 우리에게 통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를 완충할 수 있도록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